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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핵심쟁점 빅딜 쌀-차 최대관건

Posted March. 26, 2007 07:13,   

결단의 순간이 다가왔다.

한국과 미국이 26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위한 통상장관급 회담을 열고 최종 담판을 벌인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이날 오전 9시 반부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이끄는 통상장관급 회담을 개최한다고 25일 공식 발표했다.

농업 및 섬유 분야 고위급 협상도 함께 진행된다. 이번 회담에서 주요 쟁점 간 빅딜(주고받기)이 성공하면 지난해 2월 3일 협상 개시 선언 이후 1년 넘게 걸린 한미 FTA 협상은 마무리된다.

이익의 균형 여부 따라 체결 결정

이번 회담은 모든 쟁점이 처리될 때까지 협상을 계속하는 끝장 토론 방식이다. 이젠 물러설 데가 없다.

협상 시한은 미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의 효력이 끝나는 시점인 31일 오전 7시(한국 시간 기준). 그러나 양국 대표단이 본국에 협상 내용을 보고하고 타결 가부를 승인받아야 하는 만큼 30일 중 타결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으로선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국의 타결 의지가 굳어 30일 타결 가능성이 높지만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31일 새벽까지 밤샘협상이 계속되거나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4일 (통상장관급 회담에 앞서 미국에서 열린) 고위급 회의가 생각보다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FTA를 체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김종훈 한국 측 협상단 수석대표는 통상장관급 회담에서 다룰 쟁점이 10개 정도 되지만 핵심 쟁점만 풀리면 나머지 쟁점은 연쇄 타결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협상 결렬요인(딜 브레이커)으로 꼽히는 자동차나 농업시장 개방 문제만 풀리면 나머지 쟁점은 순조롭게 해결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쌀-자동차, 불꽃 협상 예상

농업과 자동차 분야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 분야에서 양국은 쇠고기, 오렌지, 돼지고기 등을 포함해 270280개 품목에 대한 관세 폐지안을 아직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국제공통품목분류표에 따른 것으로 가짓수로 치면 남은 품목은 쇠고기, 오렌지, 닭고기, 돼지고기 등 20여 가지.

배종하 협상단 농업분과장은 우선 실무 협상을 열고 최대한 이견을 좁힌 뒤 주 중반부터 장관급 회담에 5, 6가지만 올릴 계획이라며 양국이 유연성을 보이면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상 FTA와 연계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기준 해법이 해결되지 않으면 농업 분야 진전을 장담하기는 힘들다.

미국은 광우병 통제국 등급 판정을 받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뼈를 포함한 쇠고기 전면 수입이 가능하도록 검역조건을 협상 시한 내에 바꾸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쇠고기 관세(40%)는 현행 유지에서 한발 물러서되 검역기준은 5월 말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 이후 정하자는 쪽이다.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이 중단되기 직전 40%라는 고율() 관세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꽤 높았다며 미국은 관세 폐지가 아닌 쇠고기 검역기준 완화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미국은 협상 시한을 일주일도 남겨 두지 않은 가운데 자국의 관세를 없애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세제() 개편안을 이미 제시해 내세울 카드가 없다.

협상단 관계자는 자동차 분야는 양국이 동시에 공격과 방어를 하고 있어 막판에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무 분과 회의도 병행

양국은 회담 기간에 상품, 농업, 섬유, 서비스, 투자, 원산지, 금융서비스, 통신, 지식재산권, 자동차, 총칙 등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한 분야에서 실무 분과회의도 병행하기로 했다.

김 본부장과 바티아 부대표는 10개가량의 핵심 쟁점을 놓고 상호 요구사항을 반영한 빅딜을 시도하면서 일괄 타결을 위한 패키지를 만드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양국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역구제(반덤핑 관련 조치 등)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 등은 일단 접어두거나 추후 적절한 시점에 협의하도록 하는 빌트인(built-in)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한미 FTA, 타결보다 관리가 성공의 관건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 타결이 한국 경제에 불러올 업종별 명암을 조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경우 자동차철강섬유부품소재 산업에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지만, 기계화학 등의 업종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은 관세 폐지에 따라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철강 업종에서는 반()덤핑 규제 완화 등의 비관세 장벽 완화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유영 김상훈 abc@donga.com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