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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40달러 중식당서 미대표단 답례 오찬

1인당 40달러 중식당서 미대표단 답례 오찬

Posted March. 10, 200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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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 2번가 뉴욕.

미국 내의 유일한 북한 외교 공간인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의 주소는 이처럼 단순하다. 유엔본부에서 걸어서 4분, 유엔본부 한국대표부와는 2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별도 건물이 아닌 디플로매틱 센터 건물 13층을 임대해서 쓰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북한 외교관들은 박길연 대사를 포함해서 10명가량. 유엔이 발간한 회원국 현황에 따르면 북한대표부 근무 직원 명단 바로 밑에 Mrs. Pak, Mrs. Kim 등의 명단이 적혀 있다. 외교관 부인들이다. 이들은 남편과 함께 대표부에 근무하면서 전화 받기 등 보조업무를 한다.

북한 외교관들은 맨해튼 유엔본부 맞은편에 있는 작은 섬인 루스벨트 섬의 아파트에 모여 산다. 루스벨트 지역은 맨해튼에 비하면 임차료가 저렴한 지역. 그래서 북한이나 아프리카 등 재정 형편이 넉넉지 못한 국가 출신 외교관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기도 하다.

박 대사를 제외한 북한 외교관들은 승합차를 함께 타고 출퇴근한다. 업무 분담은 김창국 차석대사가 유엔 업무를 담당하고 김명길 정무 공사는 미국 업무를 담당한다. 북한 외교관들의 영어 수준은 대체로 수준급이다. 김 공사도 영어를 능통하게 구사해 기자들과의 의사소통도 영어로 한다. 일부 젊은 외교관들은 영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한다.

하지만 이번 북-미회담 때 김계관 외무성 부상 일행의 북한 측 통역은 김 부상과 함께 온 외무성 선임연구원으로 알려진 최선희(여) 씨가 맡았다. 통역만 하는 게 아니라 협상도 하는 외교관인 그녀는 이번이 세 번째 방미로 통역 실력이 뛰어나 화제를 모았다.

북한 외교관은 30마일 여행 제한을 받는다. 이는 맨해튼의 컬럼버스 서클을 중심으로 반경 30마일 이상을 벗어나 여행할 때에는 국무부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제도. 이 때문에 박 대사 등이 워싱턴을 여행하려면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얼마 전에는 보스턴 하버드대에서 박 대사를 초청해 토론회를 열려고 했으나 국무부가 여행을 허용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에 따라 주최 측은 맨해튼 반경 30마일 내에 있는 컬럼비아대로 토론회 장소를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재정적으로 넉넉지 못한 북한 외교관들의 뉴욕 생활은 썩 윤택하지 못하다는 것이 북한대표부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외교관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뉴욕에서는 북한에 우호적인 교포들이 이런저런 방법으로 대표부의 살림을 조금씩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 대표부 직원들은 가끔 맨해튼 32번가 한인 식당에 들르기도 하지만 자주 오지는 않는다. 식사는 델리(뉴욕에서 식료품과 함께 10달러 안팎의 저렴한 테이크아웃 음식을 파는 곳)에서 해결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북한 대표부가 공식 행사가 있을 때 주로 이용하는 곳은 대표부 바로 옆의 중국 식당인 사천식당. 점심 세트 메뉴 기준으로 1인당 40달러 정도 하는 식당으로 음식 맛이 좋아 한국대표부 직원들도 가끔 이용한다. 이번에 미국대표단에 대한 답례 오찬도 이곳에서 했다.

사실 총 7명으로 구성된 이번 김 부상 일행의 6박 7일 간의 방미 비용은 코리아소사이어티가 가장 많이 부담했고 샌프란시스코 체류 비용은 스탠퍼드대의 북한 전문가 그룹이 냈다. 전미외교연합(NCAFP)도 지원을 했다. 베이징()에서 샌프란시스코, 뉴욕을 오간 비행기표는 물론이고 숙박비, 식사비는 물론 뮤지컬 관람비용도 미국의 비영리 민간단체들이 낸 것.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한미 우호를 목적으로 결성된 지한파 인사들의 단체로 재원은 기부금과 회비, 프로그램 수수료로 충당한다고 웹 사이트에서 밝히고 있다. 효성, 포스코 등 한국 대기업의 미국 법인 대표들이 이사진에 포함돼 있으며 한국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들도 후원을 많이 한다. 한국정부는 한국국제교류재단 기금을 통해 간접 지원하고 있다. 2004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국제교류재단으로부터 11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공종식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