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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적인 사회 통쾌한 비틀기욕 심하다지만 한계는 지키죠

권위적인 사회 통쾌한 비틀기욕 심하다지만 한계는 지키죠

Posted February. 03, 2007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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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계원조형예술대 97학번 동기인 데빌(장석조), 혁군(정지혁), 씨드락(장동혁), 씩맨(민상식), 천팀장(천상민). 이들 다섯은 플래시 애니메이션 제작팀 오인용(www.5p.co.kr)의 멤버다. 군대 문제나 가부장제 등의 소재, 욕설 섞인 일상의 거친 언어, 이를 통한 배설감과 카타르시스. 2002년 시작된 이들의 작품은 B급문화로 불리며 한국 인터넷 문화 전체에 확산됐다. 지금까지 400여 편의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겪었던 과정과 논란은 인터넷 문화 전반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표현의 자유, 명예훼손, 초상권. 최근 군대 훈련소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면제받지 못한 자라는 만화책을 출간한 이들을 작업실과 동아일보 본사에서 만나 B급문화의 실체와 진정성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일탈-엄숙주의를 벗어나라

이들이 쌈마이(일본어로 삼류라는 뜻) 문화라고 불리는 B급 문화의 선도자로 떠오른 것은 과감하고도 일탈적인 소재와 표현력 때문이다.

퍽퍽 치는 주먹소리에 파열음, 쌍시옷으로 시작하는 말들, 괴기스럽게 생긴 마스크를 가진 인물이 난무한다. 별로 유쾌한 소재는 아닌 것 같다.

장석조=다른 플래시는 귀여운 토끼 마시마루, 중국 소녀 뿌까처럼 상품으로 잘 팔리는 것들을 내세웠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에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장동혁=욕도 반향이 컸다. 당시만 해도 플래시에 욕이 들어가는 건 상상도 못했으니까. 욕하고 욕먹었다.(웃음) 그런데 솔직히 남자의 경우 친구들끼리 만나서 욕은 일상적으로 조금씩 섞지 않나. 일상생활을 여과 없이 보여 주고 싶었다.

B급 문화를 자처하는 이들에게서 거창한 의미나 엄숙한 교훈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펭귄 찾기다.

오인용의 뜻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무슨 뜻인가?

장석조=오락실에서 1인용, 2인용 할 때 그 5인용이다. 다섯 명이니까. 그런데 밖에서 다섯 마리의 용이니 뭐니 의미를 갖다 붙였다.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뿐이다.

벽-주류, 기성체계와의 부닥침

이들이 병역 기피 의혹을 받았던 가수 문희준, 유승준, 이현도를 무뇌중, 스티붕유, 아르현도로 바꿔 연예인 지옥이라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비판했을 때 누리꾼들은 열렬히 지지했다. 조회 건수만 6000만 건. 그러나 그 대가로 이들은 해당 가수 소속사와의 소송을 감내해야 했다.

소송을 당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장석조=아쉬웠다. 신문 만화에서는 대통령도 쥐나 강아지에 비교하는데 군대 안 간 연예인을 어리버리한 이등병으로 묘사했다고 고소당할 정도인지. 결국 플래시는 인터넷에서 삭제하고 아예 가상의 인물을 만들었다. B급 문화의 기수로 확실히 인식시켜 준 욕설 역시 대가가 만만치 않았다.

소통-오인용의 B급 문화

불합리와 모순을 걸러낸 주류문화의 환영이 당장은 달콤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자들의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들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여 주려던 모습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사람들의 일상이다. 여기에 B급 문화 오인용의 힘이 있다.

천상민=TV 드라마를 보면 말도 안되는 게 많다. 일 안 하고 연애만 하고 학생은 공부 안 하고. 우리는 군대나 아버지와 같은 일상적인 주제들을 솔직하게 다뤘다. 공감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일상의 솔직함은 예측하지 못한 또 다른 소통의 결과를 가져왔다.

민상식=한 아버지가 메일을 보내 우리가 만든 군대 플래시를 보고 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됐다고 하고 시어머니와 함께 오인용을 본다는 며느리도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B급 문화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정지혁=해외에서 뛰어난 비주얼로 극찬을 받은 마리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는 스토리가 약하다고 외면당한 것처럼 대다수가 즐기는 문화가 아니면 비판의 대상에 오른다. 우리 작품에서의 욕설도 그렇고. 일단 B급이라고 하면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

함부로 내뱉는 듯한 이들의 욕설에는 나름의 법칙이 있다. 이들은 B급 문화에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장석조=사실 5인용은 수위조절을 한다. 예를 들면 여성 비하 표현은 절대 안 한다. 욕에도 법칙이 있다. 만들고 모니터할 때 기분 나쁜 욕은 다시 녹음하고. 욕은 흥을 돋우기 위한 추임새다.

이제 인터넷이라는 강호에 발을 디딘지 5년.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패자의 위치에 올랐지만 오히려 조심스럽다.

장동혁=인터넷 문화가 너무 유치해져 찌질이 문화로 가는 것은 문제다. 무분별한 비방과 건전한 비판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작품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점차 사회적 파급력이나 영향을 고려하게 됐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웃음)



유성운 김윤종 polaris@donga.com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