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반화해 과거사본색 드러내기

Posted January. 31, 2007 07:09,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어제 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 유죄판결을 내린 판사 492명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명단에는 현직 고위직 판사 10여명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위원회의 존재 이유가 화해에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잘못된 결정이다. 국민을 다시 편 가르고 또 다른 갈등을 부를 것이다.

재판에 문제가 있었다면 재심 같은 법절차를 밟도록 하면 된다. 더욱이 공개재판 원칙에 따라 담당판사들의 이름은 애당초 공개돼 있다. 이를 새삼스럽게 집단으로 모아 세상에 널리 알리겠다니 정치적 정략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당시의 실정법에 따라 재판할 수밖에 없었던 판사들을 30년이 흐른 지금의 잣대로 망신주려는 것은 이 위원회가 앞으로도 유사한 행위를 하겠다는 신호 아니겠는가.

본보는 유신정권에 저항하다 언론사()에 유례가 없는 백지()광고 사태를 겪었다. 그럼에도 이번의 판사 명단 공개가 옳지 않다고 보는 것은 진정한 화해에 역행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진실화해위의 판사 명단 공개를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사에서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을 약속하고 지난날의 시국공안사건 판결문을 모아 재검토하도록 한 것부터가 정권의 과거사 파헤치기 코드에 영합한 행동은 아닌지 자성해볼 일이다.

현 정권은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가진 송기인 신부가 위원장인 진실화해위를 비롯해 15개나 되는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두고 과거사 파헤치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 가운데 9개 과거사위 위원 178명과 직원 149명에 대해 본보가 시민단체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위원의 49.4%, 직원의 55%가 좌파 운동권과 이른바 진보단체 출신으로 나타났다. 보수 성향의 위원과 직원은 10명도 안 된다.

이처럼 인적 구성이 편향돼 있는 과거사위가 역사를 공정하게 평가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반대세력 욕보이기를 위한 사실상의 인민재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진실화해위의 판사 명단 공개가 결코 끝도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