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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패션 폴리틱스

Posted January. 22, 200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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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의 패션이 세계적 화제를 불러 모은다. 빨간 망토 차림, 진주목걸이, 아르마니 정장까지 66세 나이를 의심케 하는 빼어난 패션감각이 뉴욕타임스를 장식했다. 지난해 첫 여성 하원의장 탄생 때 워싱턴포스트지는 아르마니 정장이 프로페셔널했다고 소개했다가 독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여성 정치인의 옷차림에 주목하는 보도에 반감을 가진 독자들이 그 나라에도 많은 모양이다.

여성 정치인 뉴스는 남편(husband), 머리모양(hairdo), 치마길이(hemline)의 3H가 고작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도 여성 정치인의 패션 기사가 나가면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본질을 외면한 여성 비하적 보도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하지만 어쩌랴. 인정받는 여성 정치인일수록 패션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커지는 것을. 뉴욕타임스도 능력 있는 여성 정치인들이 패션감각이 있다고 해서 정치에 대한 진지함이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논평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첫 유럽순방 때 영화 매트릭스처럼 검정 하이힐 부츠와 검정 롱코트의 여전사() 차림으로 능력과 권세를 과시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때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상황에 따라 브로치를 바꾸어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문직 여성들은 1970년대만 해도 남성복 같은 정장으로 여성성을 감췄지만 요즘은 자신 있게 개성을 드러내는 추세다. 그래도 치마든 바지든 자신감과 권위를 나타내는 재킷은 꼭 갖춰 입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여당과 맞설 때면 바지 차림의 전투복을 입어 시선을 모았다. 지난주 머리 모양을 육영수 스타일에서 웨이브 있는 단발로 바꾸고는 워밍업은 끝났다더니 다시 양쪽 옆머리를 단정하게 고정시켰다. 여성 정치인의 패션도 시대 상황과 맞아야 득표로 연결될 수 있다. 패션감각이 남달랐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서울시장 선거에선 보라색 잔영()만 남긴 채 쓴잔을 마셨다. 패션은 정치적 메시지이지만 굴레로도 작용할 수 있나 보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