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4일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수영 접영 여자 200m 경기가 열린 도하 어콰틱센터. 일본 수영 관계자들은 한 한국 선수의 역영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접영 여자 200m에서 세계랭킹 2위의 나카니시 유코(26)와 4위의 야노 유리에(19)가 참가하기 때문에 틀림없이 금은메달을 따낼 것으로 믿었는데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한국의 최혜라(16서울 방산중사진)가 예선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세계 2위 제치고 도하 은메달
최혜라는 결승전에서 아깝게 야노(2분 09초 08)보다 0.56초 늦은 2분 09초 64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금메달은 놓쳤지만 세계 2위 나카니시(2분 09초 75)를 밀어낸 것만으로도 고무적이었다. 더구나 최혜라는 출발 반응시간이 0.82초로 나카니시(0.71초)나 야노(0.73초)보다 한참 늦어 50m 지점까지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100150m 구간에서 쭉쭉 앞으로 나가더니 막판 50m에서는 무서운 스퍼트로 나카니시를 제쳤다.
이날 최혜라가 기록한 2분 09초 64는 그가 접영 200m 종목에서 세운 네 번째 한국기록.
2005년 5월 동아수영대회에서 2분 11초 11을 기록해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에서 조희연이 세운 종전 한국기록(2분 11초 34)을 7년 만에 갈아 치운 최혜라는 2006년 6월 소년체전에서 2분 10초 72로 자신의 기록을 다시 단축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8월 범태평양선수권대회에서 2분 10초 32, 아시아경기에서는 마의 2분 10초 벽을 깨고 2분 09초 64를 기록했다.
최혜라는 유치원에 다니던 6세 때 워낙 몸이 약해 그의 부모가 수영을 시켰다. 체구는 크지 않지만 승부욕이 강하고 지구력도 뛰어나 그를 지도한 강사들이 선수 생활을 권유했고 서울 방산초교 4학년 때 선수 등록을 했다. 처음 출전한 동아수영대회 초등부 접영 여자 50m에서 은메달을 건 것이 그의 첫 메달.
1때 최연소 태극마크 달아
그의 성장세는 계속돼 방산중 1학년이던 2004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대비한 수영대표팀 세대교체 때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방준영(42)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는 성실한 것이 최대 장점이다. 좌우 파워 밸런스가 맞지 않았는데 태릉선수촌에서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과 밸런스 교정을 받으며 날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혜라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대표팀에 들어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아 안쓰러웠다는 어머니 김명순(45) 씨는 자기가 알아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뿌듯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