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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식비 서울 202달러 > 도쿄 158달러 > 쿠알라룸푸르 75달러

하루 식비 서울 202달러 > 도쿄 158달러 > 쿠알라룸푸르 75달러

Posted January. 03, 2007 03:00,   

2005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광시장 성장률은 7.8%였다. 지구촌이 몇 년째 잇단 테러와 자연재해로 공포에 사로잡혀 있지만 아시아지역에서만큼은 세계 평균 4%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로 관광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성공도시가 되려면 관광을 잡아야 한다는 인식은 한국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2010년 관광객 1000만 명 돌파를 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선거공약부터 관광 서울을 내세웠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목표를 1200만 명으로 높여 잡았다. 한국관광객의 80%가 방문하는 서울이 관광도시가 되는 것이 관광 한국을 이루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꿈을 이루기는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최대 걸림돌은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프랑스 파리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인 서울의 체재비.

스타벅스 커피값 1000원 차이

지난해 12월 20일 낮 일본 도쿄시내 중심가 신토쿄() 빌딩 지하 1층의 퓨전음식점 오토야(). 점심시간 대에는 보통 1020분씩 줄을 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이 인기 음식점에서 특선 오토야 런치(598엔)와 고등어구이 정식(640엔)을 주문했다. 합계가 1238엔. 100엔=783원의 환율을 적용하면 9694원으로 1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한 사람당 5000원이면 일본의 화이트칼라 샐러리맨들이 즐기는 괜찮은 수준의 점심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식사를 마친 뒤 식당 건너편의 스타벅스에 들러 한국에서 3800원인 카페라테 중간(tall) 사이즈를 주문했다. 한잔 가격은 360엔. 한국보다 1000원 가까이 싼 2819원이었다.

사흘 뒤인 12월 23일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푸트라세계무역센터(PWTC) 부근 쇼핑몰 내 푸드코트 항투아. 연간 관광객 20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광대국의 수도, 그 중에서도 서울로 치면 강남 빌딩가인 이곳에서는 한국 돈으로 1000원이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볶음밥인 나시잠보, 국수를 두부 새우 달걀 등과 함께 볶은 미고랭 등이 음료수를 포함해 5링깃(1315원)이다. 밥값에 비하면 턱없이 비싼 스타벅스의 카페라테(중간사이즈) 판매가격도 9.5링깃, 우리 돈 2499원에 불과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관광산업 전문지 비즈니스 트래블 뉴스가 발표한 2006년 세계 100대 도시 체재비에 따르면 식비(특1급 호텔을 이용하는 비즈니스맨의 조중석식 비용)만으로는 서울이 202달러로 전 세계 부호들의 휴양지인 몬테카를로에 이어 세계 2위였다. 도쿄는 158달러(8위)로 서울보다 44달러나 적었고, 쿠알라룸푸르는 127달러 적은 75달러(68위)였다.

2005년 발표 때만 해도 서울의 1일 식비는 134달러(23위), 도쿄가 156달러(10위)였지만 1년 만에 역전된 것. 호텔 숙박비 역시 서울이 2005년 313달러(42위)에서 2006년 365달러(14위)로 52달러 오른 반면 도쿄는 같은 기간 456달러(5위)에서 384달러(9위)로 72달러가 오히려 줄었다. 2005년 112달러에서 올해 109달러로 소폭 호텔비가 싸진 쿠알라룸푸르는 2년 연속 조사대상 100대 도시 중 100위를 기록했다.

중저가 호텔 지어야 하지만 땅값이 비싸

너무 비싼 도시 서울의 가격경쟁력 열세가 실제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관광객 수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2005년 602만 명이었던 한국의 연간 외국인관광객 수는 2006년 615만 명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에서 한국에 뒤져 있던 일본은 2003년부터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해 2005년 673만 명, 2006년 730만 명으로 격차를 점점 더 벌려 나가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파죽지세는 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1998년 500만 명 수준이었던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가 2년 만에 1022만 명(2000년)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02년 1329만 명, 2004년 1567만 명, 2006년 1740만 명 등으로 꿈같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는 국내 창스여행사의 장유재 사장은 일본인 다음으로 한국을 많이 찾는 관광객이 중화권인데 한국의 체재비가 동남아시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관광인프라, 볼거리, 체험거리 측면에서도 내세울 게 없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신겸 수석연구원은 최근 서울시가 정부에 요청한 대로 호텔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부담을 줄여줘 숙박료를 인하하는 시도는 다소 도움은 되더라도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며 100달러 안팎으로 이용할 수 있는 중저가 호텔의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땅값이 너무 올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성동기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