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최우선 과제=사설에서 북한은 경제 문제를 푸는 데 국가적 힘을 집중해야 한다며 주민생활 향상과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설은 이를 위해 과학영농을 통한 먹는 문제 해결 경공업 혁명 전력, 석탄, 금속, 철도운수 등 인민경제 4대 선행부문 발전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북한이 이처럼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최악의 경제난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핵보유국이 됐음을 강조하며 체제 결속에 나서고 있으나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주민들의 동요와 사회적 불안이 가중돼 북한 체제가 또다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북한 당국의 우려가 담겨 있다는 것.
실제 북한은 지난해 150만 명의 이재민을 낳은 심각한 홍수 피해 등으로 200만300만 t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경제 지원이 어려워지면서 1990년대 중반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사설에서 농업 생산력 향상, 산업시설 현대화 등을 촉구함과 동시에 경제 분야의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경제 문제가 군사 문제보다 앞서 가장 먼저 언급됐다는 점에서 이제 핵무기를 보유한 만큼 식량 문제 등 어려운 주민 생활에 더 신경을 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족 중시와 남한 내 반보수대연합 실현=북한이 사설에서 밝힌 대남정책의 초점은 민족 중시와 대선을 앞둔 남한 내 반보수대연합 실현.
사설은 민족 중시는 외세에 의해 분열과 전쟁을 강요당하고 있는 우리 겨레가 견지해야 할 좌우명이라며 (남북은)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각 통일운동단체의 연대를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 발전에 이어 민족 중시를 강조함에 따라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정체된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공동사설에서 경제 발전을 위해 제시한 먹는 문제 해결과 경공업 혁명, 전력과 철도운수 부문 등 4대 선행부문 발전을 위해서는 쌀과 비료 지원이나 8000만 달러 규모의 경공업 원자재 지원, 200만 kW의 대북 송전 등 남측이 약속한 대북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
또 북한은 사설에서 남한 내 반보수대연합을 실현해 올해 대선을 계기로 매국적인 친미반동보수 세력을 매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해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대북 지원과 남북 교류를 통한 경제적 실리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남조선의 친미보수 세력은 615통일시대를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려 집권 야욕을 실현하기 위해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핵() 해결 언급 없어=북한은 올 사설에서 핵 보유에 대한 자부심을 내세웠지만 6자회담 등 핵 문제와 관련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과 방코델타아시아(BDA) 실무회의 등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임을 감안해 핵 문제 해결에 대한 북측의 방침을 감추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사설에서 핵 억제력 보유는 민족사적 경사, 전쟁 억제력이 동북아 평화와 안전 수호의 강력한 힘이라며 핵 보유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을 두고 북한이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서도 핵보유국 지위를 내세우는 강경한 태도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강조해 온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는 평가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문제와 비핵화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핵 보유의 정당성을 강조한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볼 때 북한은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도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