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고함치고, 헬멧 집어 던지고, 복도에 드러눕기까지.
도하 아시아경기 태권도 첫날 경기가 열린 8일 카타르 스포츠클럽 홀에선 한바탕 난리가 났다.
소란의 장본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니 헬라이 알 마트라피(21). 그는 이날 남자 라이트급 8강전에서 한국의 이용열(21용인대)에게 2-4로 졌다.
그러나 그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3라운드 종료 2초를 앞두고 2점짜리 안면 발차기를 성공시켜 동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심판들이 점수를 주지 않았다는 것. 사우디아라비아 태권도 대표팀 관계자들이 대거 달려들어 간신이 그를 경기장 밖으로 데려 나갔다.
그의 난동에는 사연이 있다. 그는 형 갈리 헬라이(23), 동생 이마드(19)와 함께 태권도 대표 선수로 출전했다. 6명의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 중 절반이 알 마트라피 형제인 것.
하마터면 그들은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85세의 아버지가 위 수술을 받고 위독한 상태였기 때문. 그들은 대회 직전 메카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 메달을 안겨 드릴 것을 약속했다. 이날 패한 하니 헬라이는 3형제 중 가장 기량이 뛰어나 메달 유망주로 꼽혔다. 그랬던 그가 메달권에서 멀어졌으니 실망이 클 만도 했다.
아시아경기를 위해 임시 초빙돼 지난달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을 지도해 온 진동환 단국대 코치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돼 순간 너무 흥분했던 것 같다. 실력에 비해 성적을 못 내 아쉽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직 두 번의 기회는 남아 있다. 동생 이마드는 9일 플라이급, 형 갈리 헬라이는 10일 페더급에 출전한다. 참고로 아버지가 두 명의 아내를 둔 이들 형제자매의 수는 1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