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밤 12시를 조금 넘은 시간. 제15회 도하 아시아경기를 위해 한국 체조 대표 선수들을 태운 카타르항공이 중국 상하이를 경유했다. 상하이에선 체조 선수들을 비롯한 북한 선수단 일부가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안이 순간 왁자지껄해졌다. 모처럼 만난 남과 북의 체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서로의 안부를 묻느라 분주했다.
연습 많이 했어라는 한국 선수의 물음에 난방이 안 되는 연습장이라 추워서 거의 훈련 못 했어라는 엄살 섞인 북한 선수의 대답이 들렸다. 양태영은 나보다 어린 (이)종성이가 반말을 한다. 원래 싸가지 가 없어서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들은 그렇게 함께 도하로 왔다. 도하에서도 남과 북은 한 팀이나 마찬가지였다. 남북한 체조 선수단은 남녀로 나뉘어서 함께 훈련을 했다. 코칭스태프는 저녁에 모여 작전을 같이 구상하기도 했다.
공동의 적은 체조 강국 중국이었다. 2002년 부산대회 때 중국은 14개 종목에서 11개의 금메달을 휩쓸어 갔다. 홈팀이나 다름없는 한국(3개)과 북한(2개)은 공동 수상 등으로 5개의 금메달로 체면치레를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의 독주가 예상됐다. 그러나 힘을 합친 남과 북은 만만치 않았다.
개인전이 시작된 5일. 한국의 김수면과 북한의 조정철이 안마 결승전에서 나란히 15.375점을 받아 일본의 도미타 히로유키와 함께 3인 공동 금메달을 땄다.
시상대 위에 나란히 선 김수면과 조정철을 향해 남북의 선수단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곧이어 북한의 홍수정이 여자체조 이단평행봉에서 금메달을 따자 남북한 선수단은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북한 선수가 경기를 할 때 한국 선수들은 파이팅, 파이팅을 외쳤다. 반대로 한국 선수의 경기 때 북한 선수들은 힘내라, 힘내라라고 했다.
개인전 마지막 날인 6일. 북한의 이세광이 남자 안마, 한국의 김대은이 남자 평행봉에서 다시 금메달을 추가했다.
중국은 이번에도 11개의 금메달을 가져갔지만 남북한 역시 5개(북한 3개, 한국 2개)로 중국의 독주를 견제했다.
6일 마지막 종목이 끝난 뒤 남북한 선수들은 다시 서로 껴안고 축하를 건넸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안마 금메달리스트 배길수를 키운 북한의 이만섭 심판은 북한은 성실성, 한국은 힘과 열정이 조화를 이뤄 좋은 성적을 냈다. 남북이 힘을 합치면 중국과는 큰 수준 차이가 없다고 감격 어린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