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에 관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생각은 지난 1, 2개월 사이 빠르게 변화했다. 그가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노무현 대통령과 의견 일치를 봤다. 이 문제는 정치적 이슈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한 것은 한국에서 불거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으로도 보인다.
초기엔 럼즈펠드 장관이 주도=부시 대통령은 올 8월 초까지도 전시작전권 문제에 관한 보고를 받지 않았다.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최근 기자에게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7월에) 들어서야 이 사안을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한미 간 전시작전권 협상이 국방부 주도 아래 진행된 것은 주지의 사실. 그러나 미 국방부도 올 6월 한국이 요구한다면 넘겨주겠다. 그 시점은 2009년이 좋다는 방침을 통보하기 전까지는 과연 전시작전권을 넘기면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은 이 기간 차분히 전시작전권 이양의 손익을 계산했고, 해볼 만하다고 결정된 뒤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의 결정 뒤에는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의 정치적 계산도 작용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한국 내 지상군을 뽑아내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이라크에 배치하려고 했다. 또 한국에 대한 애정이 식어 가면서 동맹의 의무감에서도 벗어났다는 것이다.
국방부 회의=부시 대통령의 정식 재가가 난 것은 8월 15일 미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야전지휘관 회의(Tank Conference)에서였다. 국방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럼즈펠드 장관에게 반미감정 때문에 그러는 것이냐는 질문을 모두 세 차례나 반복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그때마다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부시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그럼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겠지?라고 물었고, 럼즈펠드 장관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좋다. 그럼 해 보라는 부시 대통령의 지시는 이런 과정을 거쳐 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논란 잠재우기=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정치적 이슈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은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순수하게 군사적인 차원에서의 결정일 뿐 미국이 노무현 정부에 대한 감정 때문에 전시작전권을 넘긴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는 뜻도 들어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15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의 발언이나 한미 간 조율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런 정도의 발언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