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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6억 넘은 죄가 있다

Posted September. 12, 2006 06:56,   

서울 강남구 A아파트 31평형에 12년째 살고 있는 안모(52) 씨. 안 씨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6억4600만 원, 시세는 8억 원이 조금 넘는다.

아파트 한 채만 갖고 있지만 안 씨는 이 집을 팔면 6억 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나이 들어 이 집을 담보로 역()모기지론에 들려고 해도 공시가격 6억 원이 넘기 때문에 가입할 수 없다.

올해 이 집의 재산세는 지난해보다 50%가 오른다. 반면 같은 평수라도 6억 원이 안 되는 아파트는 재산세가 최고 10%(3억 원 이하면 최고 5%)만 오른다. 또 이달 말부터 안 씨의 집을 사려는 사람은 집값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집값 6억 원이 한국 사회에서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기준으로 굳어지고 있다.

현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는다는 명분을 내걸고 공시가격이나 실거래가 6억 원을 잣대로 집값이 그 이상인 계층에 세금부담과 규제를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여 개로 늘어난 6억 원 규제

주택 관련 세법에 6억 원이라는 숫자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9년 9월이다.

당시 정부는 1가구 1주택이라도 양도세를 물리는 고급 주택의 기준을 전용면적 50평 이상, 실거래가 6억 원 초과로 정했다. 2003년 1월에는 면적 기준이 없어지고 실거래가 6억 원 초과만 남았다. 고급주택이라는 용어도 고가() 주택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통해 6억 원 기준은 새롭게 부각됐다.

정부가 급등하는 서울 강남지역의 집값을 잡는다며 올해 1월부터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9억 원 초과에서 6억 원 초과로 낮춰 대상을 크게 늘린 것.

올해 330 부동산 대책에서는 주택투기지역 내 시세 6억 원 초과 주택을 사는 사람에게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적용해 대출받을 수 있는 액수를 대폭 낮췄다.

정부는 또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이달 말부터 실거래가가 6억 원을 넘는 주택을 살 때에는 자금조달 계획서를 시군구청에 내도록 의무화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나 건설교통부는 이 자료를 국세청에 제공할 수 있다. 결국 6억 원 초과 주택을 사는 사람은 세무조사까지 각오해야 하는 셈이다.

아주대 현진권(경제학) 교수는 관료들이 행정편의상 양도세에서 빌려온 6억 원 기준이 강남 집값을 잡는 도구로 마구잡이로 쓰이고 있다면서 부유층에 대한 현 정부의 감정까지 실린 듯한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금액 기준 과도한 규제의 부작용

6억 원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각종 규제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6억 원 아래 경계선에 있던 사람들까지 시간이 흐르면서 물가와 집값이 자연스럽게 오르면 새로 규제 및 세금부과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건교부가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전국의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14만391채, 단독주택 1만8724채 등 총 15만9115채.

공시가격 5억 원 초과6억 원 미만의 공동주택 9만4856채는 올해 집값 상승으로 공시가격이 오를 전망이어서 내년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은 26만 채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의 비중도 올해 전체 주택(1301만 채)의 1.2% 수준에서 내년에는 2.0% 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강대 김경환(경제학) 교수는 1999년 6억 원이 고급주택의 기준이 됐을 때에는 기준이 높아 부과대상이 거의 없었지만 6억 원이라는 금액기준을 고수한다면 세금부과 대상과 규제 대상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6억 원 기준이 차별적 기준으로 작용하는 데 따른 문제점도 우려한다.

단국대 김상겸(경제학) 교수는 공시가격이나 시가 6억 원 이상의 주택 소유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반면 그 이하인 사람에게는 상대적 혜택을 주는 차별이 더 확대된다면 심각한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