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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무총리는 사과하고 대통령은 남의 탓하고

[사설] 국무총리는 사과하고 대통령은 남의 탓하고

Posted August. 30, 2006 03:01,   

한명숙 국무총리가 사행성 게임 문제와 관련해 어제 대() 국민 사과를 했지만 행여 이 문제를 정책 실패로 한정하려는 의도라면 방향이 틀렸다. 이번 사태는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정책 실패가 아닌, 국정 실패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총리의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통령이 실패를 자인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그제 국회에서 2004년부터 사행성 게임의 심각성에 대한 징후를 포착해 계통에 따라 보고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 회의가 열려 대책이 논의됐고, 그 이후엔 문화관광부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이 참여하는 태스크 포스까지 구성된 사실도 확인됐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이 도둑맞으려니까 개도 안 짖는다며 마치 남 탓 하는 식으로 말하는 건 옳지 않다.

이번 사태는 사행성 게임의 심의와 경품용 상품권 발행을 쉽게 해준 정부의 무능, 무책임에서부터 온갖 불법과 비리의 개입을 막지 못한 점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국정 실패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경고음이 수차례 울렸어도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 할 만큼 국가 시스템 전반이 고장 나있었던 것이다.

당시 문화부 장관으로 사건의 전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정동채 열린우리당 의원도 입을 열어야 한다. 그는 어제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당직인 비상대책위 상임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큰 의미도 없는 당직을 내놓기 전에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모두 털어놓아야 한다. 그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의혹이 풀릴 것이라고 했지만 그 전에 스스로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떳떳한 처신일 것이다.

갈수록 권력형 비리의 냄새가 짙어지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의 가족이 주식을 보유한 회사가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받은 것이나, 지방 국세청에서 27년이나 근무하던 문제의 행정관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것이나, 최근 돌연 행방을 감춘 것도 모두 석연찮다. 이런 의혹들을 말 뿐인 사과와 이름뿐인 당직 사퇴로 덮을 수 있다고 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