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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각하며 오직 농구뿐

Posted August. 19, 2006 03:02,   

1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월드바스켓볼챌린지(WBC) 한국과 미국의 경기.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스타들과의 승부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는 스코어.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전 한국의 유일한 덩크슛이 터졌다. 림이 부서져라 내리꽂은 강력한 투핸드 덩크에 관중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주인공은 한국 농구의 희망으로 떠오른 김민수(24경희대).

그날 경기하다 다쳐 몸이 안 좋았어요. 그래도 끝까지 해봐야겠다는 오기로 버텼지요.

놀라운 스피드와 힘으로 농구 코트를 휘젓던 2m대 거구였지만 가까이에서 본 김민수는 앳되고 순수한 청년이었다.

김민수는 아르헨티나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프 코리안. 어릴 때는 집에 자동차가 3대나 될 정도로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하지만 8년 전 아버지가 심장병으로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고교 졸업 후 아는 사람에게서 한국에서 농구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2002년 7월 경희대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이역만리에서 혼자 한국으로 온 김민수는 2003년부터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본격적으로 경희대 최부영 감독의 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이듬해 정식 신입생으로 입학했고 그해 11월에는 한국 국적도 취득했다. 실력도 쑥쑥 자라 올해 6월에는 전국대학농구연맹전에서 최우수선수상과 득점상, 수비상 3관왕을 휩쓸며 경희대를 대학농구 정상에 올려놨다.

김민수는 휴대전화가 없다. 여자 친구도 없고 미팅에도 관심이 없다. 오직 농구에만 관심이 있다. 실력을 인정받아 하루빨리 프로 무대에 서는 것이 목표다.

엄마는 막내인 저를 제일 귀여워했어요. 엄마는 지금도 아르헨티나에서 어렵게 사세요. 4월에는 정육점에서 일하다 손이 거의 반이나 잘렸어요. 대회 도중에 그 얘길 들었는데. 당장 엄마 곁으로 달려가려다 꾹 참았어요.

그가 프로에 가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어머니다.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