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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국세청장

Posted June. 29, 2006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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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성 국세청장이 돌연 사표를 냈다. 역대 청장들의 파워와 비상한 역할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1966년 국세청이 생긴 이래 15대째 청장이지만 이런 형태의 퇴진은 처음이다. 이 씨를 제외한 14명의 전임 청장 중에는 장관으로 승진한 사람이 무려 7명이나 된다. 그만큼 집권자의 신임을 얻는 자리라는 의미일 것이다. 특이하게도 대부분 건설부 혹은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영전해 갔다.

초대 이낙선 청장은 세수()증대라는 사명을 부여받았다. 군 출신인 그는 연() 400억 원 정도이던 세수의 개청 첫해 목표를 700억 원으로 늘려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직원들을 독려해 전년 대비 66.5%나 급증한 700억 원 목표를 이룩해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 청장의 차에 700이라는 번호를 달아주며 치하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할 재원 확보가 절실하던 시절 얘기다.

군 출신 청장으로는 2대 오정근, 3대 고재일, 5대 안무혁, 6대 성용욱 씨 등이 더 있다. 오 씨는 516군사정변 때 해병 중령으로 한강다리를 돌파한 충성파로, 청장을 지내고 경호실장 물망에도 올랐다. 고 씨는 5년 8개월이나 재임하면서 부하의 업무장악 능력과 전문성을 중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 씨는 브리핑을 잘하는 부하를 아껴 예산세무서 이근영 이리세무서 추경석을 파격적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이 씨는 나중에 금융감독위원장, 추 씨는 8대 국세청장이 된다.

안무혁 성용욱 씨는 1987년 대통령선거 때 불법선거자금을 거두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 대선 때 안 씨는 안기부장, 성 씨는 국세청장이었다. 10대 청장 임채주 씨도 1997년 세풍사건으로 불린 불법대선자금 모금의 주역으로 실형을 살았다. 세금은 죽음과 함께 인간이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두려운 존재라고들 한다. 세무사찰을 당해본 사람은 세무원이 염라대왕보다도 무섭다고 한다. 돌연 무서운 자리를 털고 나선 이주성 청장의 말 못할 사연은 무엇일까?

김 충 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