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밤샘응원 US오픈 망쳤죠

축구 폐인이란 얘기가 있다.

한국과 시간대가 다른 유럽, 미국 등지에서 열리는 축구를 보느라 밤을 꼬박 새우는 경우를 말한다. 새벽까지 뜬눈으로 있다보면 낮 동안 학교 또는 사무실에서 벌건 눈으로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한국 골프의 대들보 최경주(37나이키골프)도 그랬다.

초등학교때 축구부 후보수비수

최경주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 빡빡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생활 속에서도 고국에서 전해지는 태극전사들의 활약에 밤잠을 설쳤다.

특히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이 열린 6월 18일은 메이저대회인 US오픈 3라운드 출전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미국 현지 시간 새벽에 TV를 본 최경주는 그 후유증에 US오픈 3라운드에서 보기만 7개를 하며 전날 공동 13위에서 공동 30위로 떨어졌다.

나 역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었지만 궁금해서 잠을 잘 수 있어야죠. 암튼 한국이 이겨 너무 속 시원했어요.

필드의 탱크 최경주는 전남 완도 화흥초등학교 시절 축구 선수로 뛴 적이 있다. 씨름과 투창 선수를 하다 6학년 때 선생님의 권유로 축구화를 신은 것.

수비수로 뛰었는데 주전이 아니라 후보 신세였습니다. 누가 아프거나 하면 그라운드에 나섰는데 그래도 재미있었죠.

영국진출 1호 박지성 가장 좋아해

완도중학교에 진학한 그는 축구부가 없어 역도 선수를 한 뒤 완도수산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그는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서는 박지성을 가장 좋아한다고. 자신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투어에 진출했듯 태극전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1호인 그를 대단하게 생각한다는 것.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남다른 투지와 뚝심으로 정상에 선 최경주는 PGA투어에서 한국 대표라는 생각에 더욱 노력하고 있다. 캐디 백과 골프화에 태극기를 새겨둘 정도.

그래서 이번 독일월드컵에서도 한국이 멋진 승부로 최선의 결과를 낳기를 기원하고 있다.

홈에서 하던 4년 전 월드컵과는 다를 겁니다. 그래도 힘내서 4강까지는 가야죠. 부담 없이 문대(골대)만 보고 차면 될 것 같아요. 한국 축구 파이팅.

벌써부터 최경주는 멀리서나마 대한민국을 외칠 날을 기대하며 들떠있는 듯 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