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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봉인 뜯자 밀수품 5t 와르르

Posted May. 03, 2006 03:00,   

1일 오전 10시 인천항. 인천본부세관 소속 밀수 감시정 2척이 중국 상하이()에서 들어온 3000t급 화물선에 다가갔다.

중국에서 만든 가짜 국산 자동차 부품을 컨테이너에 싣고 있다는 첩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화물검사과 이강원(51) 반장과 단속반원은 보호 장비를 착용한 채 화물선에 매달린 사다리를 타고 배 위에 올라갔다.

이미 컨테이너를 하역한 사실을 확인한 이 반장은 무전기로 컨테이너가 보관된 보세창고를 수색하도록 화물순찰팀에 요청했다.

5분 뒤 순찰팀이 보세창고로 들이닥쳤다. 컨테이너의 봉인을 뜯고 문을 열었더니 오일필터와 에어컨클리너 등 5t 분량의 가짜 부품들이 빼곡하게 실려 있었다.

국내 자동차 회사의 마크가 부착돼 있었다. 그러나 세관이 확인한 결과 경기 고양시의 J무역회사가 중국의 가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 의뢰해 만든 밀수품이었다.

인천본부세관 문미호 홍보담당관은 가짜 국산 자동차 부품이 인천항을 통해 밀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시중에 유통시켜 10배 이상의 차익을 챙기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수가 점점 늘어나고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 관세청이 적발한 밀수액은 2000억 원대를 밑돌았으나 2001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돈만 되면 뭐든지=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외국 화물선에 공급하거나 적재된 면세유를 빼돌려 유통시키는 사례가 많이 적발되고 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3월 부산 감만부두에 정박한 영국 화물선에 주유할 면세유 120t을 빼돌려 판매한 주유업자 2명을 검거했다.

이에 앞서 여수세관은 외항선에 실린 면세유 2200드럼(4억 원 상당)을 폐유로 속여 밀수한 뒤 시중에 유통시킨 조직을 붙잡았다.

부산세관은 80억 원 상당의 중국산 자동차용 알루미늄 휠을 유통시킨 밀수범을 3월 적발했다. 브레이크 패드와 클러치 등 내장 부품도 가짜가 나돌고 있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날로 교묘해지는 수법=국내에서 생산한 수출품이 다시 밀수돼 팔리고 있다. 수출품이 내수용보다 값이 싸고 세금이 면제되는 점을 노린 신종 수법이다.

부산세관과 국가정보원은 2월 러시아에 수출하기 위해 L사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5746대(12억 원 상당)를 시중가보다 1540% 싸게 넘겨받아 국내에 유통시킨 김모(40) 씨 등 무역업자 2명을 적발했다.

부산국제우편세관은 외국산 의류 6800여 점(9억 원 상당)을 국제우편물로 가장해 통관시키려던 서모(34) 씨를 검거했다.

1, 2월 국제우편물을 이용하다 부산국제우편세관에 적발된 밀수 행위는 9건(31억 원). 지난해(23억여 원)와 2004년(1억2000만 원)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어나 세관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빠른 통관을 위해 수입품의 5% 정도만 검사하는 점을 악용해 한탕을 노리는 밀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천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