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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아 제발 나를 넘어다오

Posted April. 26, 2006 03:17,   

후배들아 제발 나를 넘어다오

얼굴이 밝았다. 그냥 바를 넘는 게 행복하단다.

3년 만에 필드에 복귀한 한국 높이뛰기의 간판 이진택(34대구시청사진). 그는 2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35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 남자 일반부 결승에서 2m15를 뛰어넘어 우승한 뒤 높이뛰기는 제 존재의 이유죠. 이렇게 뛰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국가대표팀 코치였던 이진택은 올 초 대한육상경기연맹에서 높이뛰기 대표를 하나도 뽑지 않자 그럼 나라도 뛰겠다며 다시 운동화 끈을 조였다. 한국기록인 2m34까지 뛰었던 그가 2m20에도 근접하지 못하는 후배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사실 후배들이 정신 좀 차려야 합니다. 2m20 이상을 뛰려면 성실히 훈련에 매진하며 집중해야 하는데. 제가 아시아경기 대표로 선발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할 겁니다.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연거푸 우승한 이진택은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아시아경기 높이뛰기 3연패에 도전한다. 한국은 이진택 덕택에 1986년부터 남자 높이뛰기에서만 5연패를 이뤘다.

하지만 체력을 예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 그는 체력이 회복되지 않아 힘듭니다. 체력을 끌어올리고 기술을 보강하면 2m25까진 뛸 수 있을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최근 아시아에서 정상권 수준은 2m252m27. 이진택이 전성기 때 컨디션만 찾으면 아시아경기 메달권에 든다.

한국체대에서 박사과정(운동역학)을 밟고 있는 이진택은 일단 경기를 즐기고 싶습니다. 컨디션이 회복돼 기록이 나오면 아시아경기 3연패에 도전할 계획입니다고 말했다.

은퇴 전 배포가 부족해 새가슴이라고 불렸던 이진택. 그의 얼굴에선 예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자신감이 배어나왔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