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달러공격은 치명적 실수

북한의 위조지폐 제작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인쇄기계와 잉크 분야는 정말 공개하기 곤란하다. 북한은 최고급 위조 기계도 도입했지만, 자신들이 만든 위조지폐가 제3국의 위폐 감식기를 통과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최고급 위조지폐 검색기계도 갖고 있다. 미국은 이런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다.

미국이 선박검색을 천명한 이후 북한의 활동은 어떤가.

북한은 최근 마약수출을 줄이고 가짜 담배 제조 및 판매에 주력했다. 어느 국가도 가짜 담배가 유통된다고 해서 국가안보와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이 틈새를 파고든 것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산 가짜 담배가 한국에 유입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가짜 담배 장사로 엄청난 이익을 남기고 있다. 이런 돈이 결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slush fund)으로 쓰인다. 충성파에게 계속 단물을 제공하려면 사치품 구입도 필요한 법이다.

미국이 핵협상을 앞두고 과민반응을 하는 것 아닌가.

북한은 달러화를 공격했다. 기축()통화인 달러는 미국의 군사력 유지, 자유민주주의 전파의 근간이다. 북한은 미국 힘의 원천을 공격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미국의 인내심이 없어지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북한을 단죄하겠다는 의지가 10점 만점에 2점 정도였다면 지금은 4점까지 올랐다. 6, 7점이 된다면 북한은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의혹을 부인하고 있고, 한국 정부도 아직 확증이 없다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위조지폐 유통 혐의로 체포된 사람이 북한당국과 어떻게 직접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확고한(solid) 증거가 많다. 북한은 빈협약까지 어겨가며 해외 대사관을 불법거래의 기지로 활용한다.

달러화 이외의 주변국 화폐 위조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더 고립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무역거래대금을 지불할 때 자금부족 때문에 현물과 현찰을 섞어서 줬다. 신용거래는 불가능하니까. 그런데 몇몇 나라에는 위조지폐를 섞어 지불했다. 북한이 여러 나라의 돈을 위조해 무역거래에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누가 북한과 거래를 하려고 하겠나. 교역상대국은 북한이 지불한 화폐의 진위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이런 식으로 경제의 기본을 망쳐 놓으면 만인이 의심하는 지폐(를 바탕으로 한 경제체제)의 앞날은 어떻게 되겠는가.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