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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껴보세요, 당신 주위의 행복을!

Posted December. 24, 20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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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패티와 나는 뉴욕의 괜찮은 아파트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만일 당신이 그때 우리를 만났더라면, 아마도 우리는 행복하지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좀 바쁘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전철을 기다리던 패티가 플랫폼에서 떨어졌다. 열차 세 칸이 몸 위로 지나갔고 그녀는 허리 아래가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패티는 말했다. 왜지? 나는 혼란스러웠고 미칠 듯 화가 났다. 이제 어떻게 하나?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지?

그때 장애인 친구가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한 부부가 휴가 때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기로 했어. 그러나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그들은 엉뚱하게도 네덜란드에 오게 된 것을 알았지. 잿빛의 밋밋한 풍경들. 사람들은 멋없고 음식도 그랬어. 사방엔 온통 높은 제방뿐. 하느님 맙소사!

하지만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 네덜란드가 좋아지기 시작한 거야. 모든 것이 느리고 부드러웠지. 사람들에게선 내면의 차분함이 느껴졌어. 그들은 렘브란트와 허츠팟 요리, 오래된 커피숍들, 그리고 쾨켄호프의 튤립과 같은 새로운 세계를 보았던 거야.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지만 이것도 훌륭했어.

네덜란드가, 패티와 네가 떨어진 곳이야! 장애인의 세계 말이야! 네가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네가 살아온 것처럼 빠르고 신나지는 않겠지만, 그 삶은 깊고 진한 것이야. 너는 그 삶을 사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며 그것을 사랑하게 될 거야.

이 책은 저자가 견디기 힘든 절망과 상실감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고 세상에 새롭게 눈을 떠간다.

우선 가까이 있는 것들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노트에 떨어지는 햇살, 냉장고에 붙여 놓은 아이의 그림, 식탁 아래 살며시 구르는 먼지덩이. 나는 이들의 축복을 느끼고 싶었다.

그가 그리는 그림들에는 예전에 그렸던 그림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 차이는 그리는 방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방법에 있었다. 그는 자신이 그리는 대상을 어루만지듯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모든 것은 특별한 존재이고, 서로 다 다르며, 흥미롭고 아름다웠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우리 마음이 지어내는 헛된 생각은 아닐까? 몽테뉴가 말한 것처럼 우리의 삶은 지독한 불행으로 가득한데, 그 불행의 대부분은 실제론 일어나지도 않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삶이 우리를 어떻게 대해 줄지 정할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대할지 정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삶의 충만함을 한껏 들이마시라. 그것은 화창한 첫 봄날에 창문을 여는 것과 같다.

원제 Everyday Matters(2003년).



이기우 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