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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근로자 10만명 공급 능력 미지수

Posted December. 22, 200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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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시범단지에서 첫 시제품이 생산된 지 15일로 1년이 됐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0일(현지 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을 만나 내년의 중점 사업은 개성공단 본 단지 개발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데이비드 샘슨 미 상무부 부장관에겐 미 기업의 개성공단 진출을 요청했다. 남측의 기술 자본과 북측의 노동력을 결합시킨 개성공단이 과연 남북이 함께 잘 사는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그 가능성과 문제점을 살펴본다.

그렇게 해서 언제 생산라인에 앉겠어요.(남측 기술감독관)

미안합니다. 익숙하지 않아서요.(북측 노동자)

요즘 개성공단 시범단지 내 A업체의 공장 실습실은 기술교육을 받는 북측 비숙련 노동자들로 북적거린다. 이 업체는 북측 노동자 중 약 10%만이 유사 업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 인력에 대해 기술교육을 시키는 데 많은 시간과 물자를 투입하고 있다.

개성공단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노동력. 북측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은 57.5달러(5만8000여 원)이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력의 질이다. 북측 노동자들의 기술 숙련도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2만8000평 규모의 시범단지에선 11개 업체가 가동 중이다. 이밖에 가동 준비단계에 있거나 공장을 건설 중인 업체가 4개이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본 단지 100만 평을 추가로 개발해 300개 기업을 입주시킬 계획이나 북측이 양질의 노동력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싼 임금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알 수 없다.

노동력의 질 문제=시범단지 입주 업체들은 지구력이 있고 기술 습득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35세 이하 인력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북측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불만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B업체의 한 간부는 북측에 공장 인력 전체를 20, 30대의 젊은 사람들로 채워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과는 40, 50대가 절반을 넘었다고 밝혔다. C업체의 대표는 남측 근로자의 수준을 100이라고 할 때 현재 북측 근로자의 수준은 6070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북측 노동자들의 기술 습득 속도는 예상 외로 빠른 편이라는 게 입주 업체와 정부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정부는 2007년까지 개성공단 내에 직업훈련센터를 만들어 북측 근로자들을 상대로 체계적인 기술훈련을 시키기로 했다.

D업체 관계자는 북측 노동자들의 기술 수준이 향상되고 남북간 통행 및 통관절차가 간소화돼 원자재 공급이나 수출이 늦어지는 데 따른 낭비만 없어진다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노동력의 양 문제=업체들의 본 단지 입주가 본격화되면 북측이 공급할 수 있는 노동력의 절대량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통일부는 본 단지 300개 기업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북측 근로자 7만10만 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달 말 주한 외교단 초청 오찬 강연에서 개성공단에 3년 내에 1000개 기업이 입주하게 되고 현재 6000여 명인 인력도 3, 4년 내에 30만40만 명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소기업진흥공단 동명한() 남북협력지원실장은 시범단지에서 가동 중인 업체가 11개뿐이지만 이미 개성 인근 노동력은 바닥이 났다며 앞으로 필요한 수만 명의 인력을 어디서 데려오느냐가 문제라고 인력수급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은 채 군대나 민병 조직인 노농적위대라도 투입할 것이란 말만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도 뚜렷한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하다. 한 당국자는 노동력 문제는 북측이 해결해야 하는데 사실 북측이 노동력을 어디서 어떻게 공급할지는 알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임금 문제=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에 따르면 종업원 임금은 최저임금(월 50달러)을 기준으로 전년도 최저임금의 5%를 초과해 인상할 수 없다. 따라서 임금 폭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점이다.

그러나 E업체 관계자는 수백 개 기업의 입주가 완료된 상태에서 종업원들이 임금을 올려달라며 파업을 하고 북한 당국이 이를 조장하거나 방조할 경우 기업 입장에선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을 모델로 북한 전 지역의 공업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임금 폭등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개성공단의 장래에 대해선 신중한 낙관과 현실적인 우려가 교차한다. 낙관론은 상당 부분 개성공단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남북 당국의 의지와 필요성에 근거하고 있다.

관건은 북한 핵문제 등 경제외적인 변수가 공단의 진척을 가로막지 않게 하고, 개성공단이 중국 베트남 등 저임금을 앞세운 다른 생산기지보다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명건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