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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들 왜 또 이러십니까

Posted December. 08, 2005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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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KAL) 조종사 노조가 8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서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항공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억대 연봉의 노조가 생존권 보장과는 거리가 있는 임금 인상을 이유로 파업을 결정해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 노조는 7일 내년 임금인상안 등 주요 쟁점사안에 대해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8일 0시 파업에 돌입했다.

조종사 노조는 내년 임금 총액 기준 8% 인상을 주장한 반면 회사 측은 3%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조종사 노조는 6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총조합원 1344명 중 1126명이 참석해 79.9%의 찬성률로 파업안을 가결시켰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파업이 국민 경제와 생활에 미치는 심대한 피해를 고려해 긴급조정권 발동 등 강력한 특단의 대책도 적극 강구하겠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파업은 즉각 중단되고 이후 계속되는 파업은 불법파업으로 처벌된다.

쟁점은 임금 인상=노조는 올해 임금을 총액 기준으로 작년 대비 8% 올려 적용해줄 것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올해 물가상승률 3.5%, 경제성장률 추정치 4.5%를 합친 것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총액 기준 3% 인상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가가 가파르게 올라 회사가 연 5000억 원 이상의 유류비를 추가로 부담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조류 인플루엔자(AI) 등으로 경영 외적인 환경도 악화돼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

회사 측은 노조 요구안대로 하면 조종사 전체 평균 1억200만 원의 연봉과는 별도로 올해 성과급을 포함해 지난해 대비 기장은 1인당 2236만 원, 부기장은 1684만 원을 더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무단결근이나 승무명령을 거부한 경우에는 징계가 확정되기 전에 비행수당을 삭감할 수 있는 조항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조종사 개인의 귀책사유 없이 정상근무를 최소 30시간 이상 수행한 경우 75시간분 비행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며 상습 또는 고의적으로 결근했을 때도 수당을 지급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항공대란 우려=회사 측은 노조 파업으로 국내선 74%와 국제선 20%가량을 결항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화물선도 31편 가운데 24편(77%)이 운항을 못한다.

이날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는 1차로 서울 강서구 공항동 개화산공원에 집결한 200여 명의 조합원을 인천국제공항 인근 모 연수원으로 이동시키는 등 장기전 태세에 들어갔다.

회사는 8일 국내선 202편 중 150편을, 국제선 154편 중 30편을 결항하기로 하는 등 비상 운항 스케줄을 마련했다.

국내선 가운데 내륙 노선 101편은 모두 운항하지 않고 제주 노선 101편 중 49편이 결항된다는 것. 또 국제선 154편 가운데 미국 댈러스, 일본 나고야 등 30편이 결항된다.

경제에 미칠 피해=건교부와 산업자원부는 이번 전면 파업으로 대한항공 항공기의 70%가 운항할 수 없어 수출화물은 하루 약 500억 원어치, 여객은 하루 약 4만4000명(국제선 2만1000명, 국내선 2만3000명)을 수송할 수 없을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관광업계, 수출업계, 국제신인도 등의 유무형 피해를 합치면 국가 경제적인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중장거리 노선 중심의 대한항공이 차지하는 항공운송 분담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제여객 40.6%, 국제화물 48.1%, 국내여객 65.2%로 아시아나항공의 약 2배다. 올해 8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때보다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게 회사와 정부의 추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