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제2의 광복 정신

Posted December. 01, 2005 03:22,   

ENGLISH

도산 안창호( ) 선생의 광복() 열망이 떠오른다. 우리에게 남은 길은 눈물을 머금고 일보 물러서서 장래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나라가 망한 것은 힘이 없는 탓이니, 힘을 길러 되찾아야 할 것이다. 단결력을 기르고 교육과 산업을 일으켜 민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 길만이 조국을 되찾는 길이다. 광복회가 광복 60주년과 을사늑약 100주년을 맞아 선언한 새 정신운동의 맥이 도산 정신에 닿아 있는 것만 같다.

광복회는 집단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오도된 이념의 혼란으로 국력이 소모되는 것을 우려했다. 원로 인사들은 진보니 보수니 하는 편 가르기는 21세기의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고 걱정한다. 도산 선생의 참되고 실속 있게 공들이고 실행하자는 무실역행()의 정신을 생각하게 한다. 부질없는 공론과 내분으로 지새지 말라는 충고다. 산업화의 결실을 지켜 나가자는 외침은 결국 선진 한국을 이룩하자는 채찍질인 셈이다.

한국은행 건물이나 서울역 역사()는 아직 남아 있습니까? 지난해 도쿄에서 만난 한 미국 기자가 웃으며 물은 적이 있다. 그가 서울에 근무할 때 조선총독부 청사였던 중앙청 건물을 헐어 냈다고 한다. 한국인의 원리주의에 가까운 정서는 외국인들에게도 관심거리인 모양이다. 실용과는 거리가 먼 과거 청산, 지나친 역사 집착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들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선물은 뿌리와 날개 두 가지가 있다. 미국 저널리스트로 AP통신 서울지국장을 지낸 켈리 스미스 터니 씨가 인용하는 서양 속담도 기억할 만하다. 그는 말한다. 한국의 뿌리라면 자랑스러운 5000년 역사와 전통이다. 그러나 한국 아이들에게 미래의 날개를 달아 준다는 것은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한국이 마주한 아이러니는 어지럽다. 뿌리를 말해야 할 어제의 노병()들이 모인 광복회가 날개를 말한다. 반면에 날개를 노래해야 할 젊은 대통령과 그를 에워싼 386들은 뿌리만을 캐자고 한다.

김 충 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