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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 APEC가 한국경제에 던진 과제

Posted November. 19, 200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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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 회의에서 APEC의 궁극적 목표인 경제공동체 달성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무역과 투자 장벽을 지속적으로 낮춰 개방된 다자()무역체제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자간 자유무역이 공산품 수출국인 한국에 유리하다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번 APEC 회의는 교착상태에 빠졌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을 진전시킬 계기를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APEC 21개 회원국이 2010년까지 선진국의 농업수출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합의하면서 다자간 협상의 물꼬를 텄기 때문이다. 양자() 협상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에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해 교역 확대의 길을 열었고, 김치파동과 명태잡이 쿼터 문제도 원만히 해결했다.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도 구체적 성과가 기대된다.

미국 일본 등과의 FTA 협상은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스크린 쿼터 문제가 한미 통상협력의 발목을 잡았다. 일본과는 FTA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논의가 없었다고 한다. 세계경제 1, 2위 국가인 미국 일본과의 통상협력은 경쟁력 강화는 물론 안보 차원에서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투자환경과 개방 의지에 대한 쓴소리도 많았다. 외국기업인들은 시민단체와 국회,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개입을 비판하고 규제 완화와 투명성 확보를 요구했다. 로버트 포트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쌀 협상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런 일도 못하면서 어떻게 FTA를 추진하겠느냐는 뼈아픈 지적으로 들린다.

우리나라는 올해 무역 규모만 50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오늘의 번영은 무역 증대를 통해 이룬 것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선 개방 반대의 목소리가 줄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정부 내에서도 산업자원부의 개방확대론에 농림부와 해양부가 반발하는 등 부처 간 갈등까지 드러났다.

무역과 투자 확대는 대한민국의 활로()이다. 이번 APEC 회의를 계기로 정부는 개방에 대한 확고한 입장과 일관된 정책을 세워야 한다.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농업분야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개방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