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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를 사서라도 그 마음 이해돼요

Posted November. 10, 2005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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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를 사서라도 아기를 가지려는 불임 부부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경기 성남시 박모(39여) 씨는 9일 이같이 말했다. 최근 자식을 낳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반대로 아기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한 불임 부부 63만 명의 고통은 크다.

박 씨는 이날 2년 전 불임 부부 홈페이지에서 만난 불임 여성 친구 8명과 함께 등산을 했다. 불임클리닉 의사가 적당한 운동은 임신을 돕는 동시에 우울증에 자주 걸리는 불임 여성들의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된다며 등산을 권했기 때문이다.

박 씨에게 지난 10년은 하루하루가 악몽이었다. 그는 2차례의 유산을 겪은 뒤 1995년부터 과배란 주사 맞기, 시험관 시술 등 병원 치료는 물론 한약 비타민 흑염소 전복 등 임신에 좋다는 음식은 먹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그는 불임 부부 가운데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이들이 많다며 나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최근 절에서 100일 기도를 드렸다고 말했다.

불임의 원인을 둘러싸고 부부 싸움을 했던 부부도 적지 않다.

서울 도봉구 김모(28여) 씨는 2001년 11세의 나이 차가 나는 남편과 결혼한 직후부터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3년 동안 불임 때문에 가슴앓이를 했다. 그는 3년 전 자신의 난자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남편에게 정자 검사를 받아보자고 했다가 자존심이 상한 남편과 부부 싸움을 했다.

그는 남편과 관계를 가진 직후 남편이 잠든 사이에 정액이 묻은 콘돔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다음 날 아침 랩을 씌워 인근 병원에 가져가기도 했다.

올해 딸을 출산한 그는 불임 기간에 장손을 봐야 한다며 매달 시골에서 약쑥을 달여 올라오시는 시어머니께 죄송스러웠고 병원에서 정해 준 합궁 시간을 맞추기 위해 피곤한 남편을 새벽에 깨워 관계를 맺을 때는 한없이 비참했다고 말했다.

7년 동안 불임이었던 한모(34여) 씨는 시댁에서 신을 타야 한다고 재촉해 산에 가서 제사도 올리고 부적을 머리맡에 놓고 자기도 했다.

불임은 또한 사회생활을 회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3년 동안 불임을 겪은 강모(33여) 씨는 나보다 늦게 결혼한 친구가 돌잔치에 초대하면 괜히 마음이 불편해서 잘 가지 않는다며 고등학교 동창 모임을 피하는 남편을 보고 속상할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삼성제일병원 궁미경 불임센터소장은 불임은 가족 모두가 함께 나눠 가져야 하는 숙제라며 무엇보다도 부부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불임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충고했다.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