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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잡는 서부영화

Posted October. 28, 2005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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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마니투는 기발하고 파격적인 서부영화다.

서울 시네큐브에서 개봉되는 이 영화가 서부영화의 기존 룰을 따르는 것은 거친 황야를 배경으로 인디언과 고독한 총잡이, 무법자가 나온다는 점, 여기까지다. 이것만 빼고는 흔히 생각하는 서부영화의 모든 공식을 과감하게 비틀어 포복절도, 황당무계, 예측불가, 국적불명의 희한한 웨스턴 코미디가 탄생했다.

이런 영화를 진지하기로 소문난 독일인들이 만들고, 또 2001년 독일 개봉 당시 1200만 관객을 기록하는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각본 제작 감독을 맡은 미하엘 헤르비그는 1인 2역으로 쌍둥이 형제 역을 소화해 다재다능이란 말을 실감나게 한다.

스페인 남부에서 촬영한 이 영화의 시간, 공간적 배경은 19세기 말 미국 서부. 하지만 애당초 리얼리티나 시대적 상황은 철저히 무시된다. 아파치의 마지막 추장 아바하치(미하엘 헤르비그)와 백인 총잡이 레인저는 의형제 사이. 부족 중흥을 위해 이들은 토끼부족의 황금을 빌려 술집을 차리려 하지만 악당에게 사기당해 돈을 홀랑 털린다. 빚을 갚기 위해 이들은 아바하치의 쌍둥이 형제인 위니터치와 옛 친구가 나눠 보관한 마니투의 보물지도를 찾는 모험의 여정을 떠난다.

꽃분홍색을 좋아하는 게이 인디언, 주인공보다 잘생기고 춤과 노래에 능한 악당 같은 기발한 캐릭터 설정, 황량한 서부에서 카우보이가 과속음주 단속에 걸리는 등 현대의 일상을 접목한 상황이 웃음을 유도한다.

영화가 끝났다고 성급히 좌석을 뜨면 안 된다. 제작자들의 이름이 다 나온 뒤에도 보너스 장면이 숨겨져 있다. 28일 개봉. 12세 이상.



고미석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