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랏빚 방어선을 4개월 만에 포기했다. 정부가 현재의 지출 구조 유지를 고집할 경우 방어선은 더 후퇴할 것이라고 국회 예산정책처는 경고했다. 정부는 5월 재정운용계획 시안()에서 올해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28.9%로 잡고 2009년까지 30% 이내로 묶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9월 재정운용계획 확정안에서 올해 30.4%, 내년 31.9% 등 5년간 30% 이상으로 수정해 30% 방어선을 포기했다.
정부는 국가채무도 경제성장률, 세입() 전망 등 여건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해명했다. 앞으로도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고 정부 씀씀이가 커지면 국가채무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번 방어선 후퇴만 해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4개월 새 5%대에서 3.8%로 낮아지면서 세입 차질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씀씀이를 줄여 30% 이내의 국가채무 비율을 지키는 방안을 내놓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민간부문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소홀히 해 납세 능력을 약화시키면서 재정지출만 고집스럽게 늘려 왔다. 이러니 나랏빚이 커지는 것이다. 2002년 말 133조 원이던 국가채무는 올해 248조 원, 내년 280조 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국가채무의 증가는 재정 건전성을 해칠 뿐 아니라 민간부문을 위축시켜 내수 침체를 심화시킨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이고 각종 부담만 늘어나는 국민 살림살이가 이를 말해 준다. 경기() 악순환 구조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복지, 남북협력, 재해대책 등의 정부지출이 계획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지출구조를 조정하지 않으면 예상보다 재정수지가 더 악화되고 국가채무가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스스로 고삐를 잡기 바란다. 국민의 납세 능력을 초과하는 정부지출을 줄여 나랏빚의 방어선을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이라도 작은 정부로 전환하고, 국책사업도 과감하게 축소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간부문의 성장잠재력 확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