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교의 경제 관련 교과서에 편향된 시각의 내용과 각종 오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이 적지 않고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서만 쓰이는 용어도 사용됐다.
재정경제부는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으로 대학교수 8명에게 의뢰해 초중고교의 경제 관련 교과서 114종을 분석한 결과 446곳이 수정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고 14일 밝혔다.
교육 과정별로는 초등학교 64건, 중학교 87건, 고등학교 295건이었다.
유형별로는 개념상의 오류나 서술이 부정확한 사례가 20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편향된 시각이나 비()주류 경제학적 해석 23건, 시장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는 서술 19건 등이었다.
재경부는 교과서 집필진과 협의해 내년 교과서부터 지적된 내용을 고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편향된 시각=C출판사의 고교 경제교과서는 부와 소득의 편재현상을 설명하는 80 대 20 법칙은 소비 양극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중략) 이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낳은 필연적 결과라고 하더라도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병리학적이다고 설명했다. 이 교과서는 또 자본주의는 19세기 후반 독점 자본주의 아래에서 경제력 집중, 실업, 경기 변동 등의 병폐가 커져 이전의 무제한적 자유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고 기술했다.
교과서 검증 작업을 총괄한 홍익대 김종석(경제학) 교수는 80 대 20 사회가 신자유주의의 필연적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은 좌파 진영의 선동처럼 들린다며 독점 자본주의라는 개념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이 도입한 것으로 주류 경제학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K출판사의 고교 경제교과서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시기는 개발 독재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다. (중략) 정부의 강력한 주도하에 이뤄지는 경제 개발은 정경 유착, 부정부패, 노동자의 인권 탄압 등 많은 문제를 낳기도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교과서 검증팀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논란이 많은데도 개발 독재의 전형으로 단정하는 것은 저자의 주관적 관점이 작용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 가족끼리의 외식에 대해 자기들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비쳐진다는 등 납득하기 힘든 내용도 있었다.
반시장 반기업적 논리=D출판사의 고교 경제교과서는 가난이 잘못된 사회제도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쓰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자가 되기는 어렵고, 이는 자본주의 체제 때문이라는 것.
K출판사의 고교 경제교과서는 시장은 사람이 아닌 돈이 투표를 한다는 점에서 경쟁적이며 비인간적이라고 기술했다.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많았다.
고등학교 1학년 사회교과서는 무엇보다 재벌을 개혁하고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망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기초적 내용도 틀려=G출판사의 고교 경제교과서는 노동 공급이 노동 수요보다 크면 임금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값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고등학교 1학년 사회교과서는 물가가 오르면 화폐 가치가 떨어져 소비가 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소비가 줄어든다.
이 밖에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국민소득을 혼용하거나 복잡한 경제현상을 과도하게 단순화하는 오류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