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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물류전쟁 출렁

Posted October. 13, 2005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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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항만의 출현=양산 항은 2020년까지 부산항의 3배에 이르는 규모로 확장된다. 그때까지 52선석(1선석은 컨테이너선 1척의 정박 공간)이 완공되면 항만 처리량은 연간 5000만 TEU(1TEU는 길이 6m의 컨테이너 1개)가 넘는다.

10년 전 중국이 양산 항 건설 계획을 발표했을 때 세계 해운업계는 허황된 일이라며 코웃음 쳤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1위 항만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을 듣는다.

여름철이면 이곳에 태풍이 자주 닥쳐 선박의 이용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해운선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우선 육지까지 가지 않아도 돼 연료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매력이다.

한 국내 해운업체 관계자는 중국 선박들의 상당수가 부산항, 광양항에서 양산 항으로 환적() 장소를 옮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산 항은 지난달까지 두 차례의 대형 컨테이너선 시범 접안()에 잇따라 성공해 해상 항만의 가능성을 열었다.

아시아 물류전쟁 본격 개막하나=양산 항 건설에 따라 동아시아 연안도 함께 출렁이고 있다. 세계 16위를 휩쓸고 있는 아시아의 항만들이 양산 항에 대응해 저마다 몸집 늘리기에 나섰다.

중국의 톈진() 선전((수,천)) 항은 2010년까지 10선석 이상을, 대만은 2007년까지 8선석을 늘릴 방침이다.

홍콩은 홍콩마카오주하이()를 잇는 해상연결도로 건설을 추진 중이며 일본 도쿄() 항은 기존 항만의 생산성 향상 및 효율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각국이 항만 확충에 나서는 이유는 선박의 대형화에 있다.

항만 설비와 수심()이 받쳐주지 않는 항구는 큰 배의 입항이 어려워 경쟁력이 떨어진다. 중국이 양산 항을 만든 것도 기존 상하이 항의 얕은 수심(7m 내외) 때문.

해운회사들은 갑판 넓이가 축구장 두 배에 달하는 대형 선박을 속속 운항하기 시작했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서다. 내년에는 1만 TEU급의 초대형 선박도 건조될 전망이다.

부산신항도 양산 항에는 역부족=부산항의 지난해 화물 처리량은 1143만 TEU. 2003년에 비해 9.8% 증가했지만 상하이(29%) 선전(28.6%) 두바이(24.8%) 등 경쟁 항만의 증가율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정부는 동북아 경제권의 관문항을 목표로 부산신항() 개발을 추진 중이다.

서울 여의도의 약 2배 규모로 조성되는 이 항만은 2013년까지 30선석, 배후부지 141만 평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양산 항 하나에 대응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진형인() 선임연구위원은 물량만으로 경쟁하기보다는 항만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대안이라며 항만 사업을 단순한 선적()이 아닌 기업의 생산 유통 물류의 서비스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이은우 jarrett@donga.com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