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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200명 일본 원정

Posted September. 26, 200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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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A(30) 씨는 30일 일본 오사카()에 갈 예정이다. 관광이 아닌 미국 대학원 입학자격 영어시험인 GRE를 치르기 위해서다. A 씨는 오사카에서 다음 달 3일 오전 똑같은 시험을 또 치를 계획이다. 그는 여행 경비만 80여만 원 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A 씨가 한국에서 시험을 치른다면 수험료 18만 원만 들 것이다.

A 씨처럼 GRE를 치르기 위해 일본을 찾는 한국 수험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작문과 어휘 과목을 별도로 치러 점수를 합산하도록 되어 있는 GRE의 어휘시험이 국내에선 연 2회만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시험이 치러지며 응시자는 한 달에 한 번씩 시험을 볼 수 있어 월말과 월초를 이용하면 4, 5일만 체류하면 시험을 두 번 잇달아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내 마지막 어휘시험일인 10월 22일을 전후해 연속 응시로 점수를 높이려는 일본행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

한국에서 GRE의 부정행위가 적발되자 시험 주관기관인 미국 교육평가원(ETS)은 2002년 10월부터 아시아 일부 국가(한국 중국 대만 홍콩)의 시험을 컴퓨터 시험(CBT)에서 종이 시험(PBT)으로 바꾸고 시험 횟수를 제한했다. 2002학년도 시험에서 한국의 일부 학생이 인터넷 카페 등을 이용해 시험문제를 공유했기 때문에 작문 등 일부 시험에서 표현과 문장이 유사해 점수가 무효 처리됐다.

일부 여행사나 관련 학원 등은 일본 GRE 원정대 패키지 상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보통 3박 4일 일정의 이 상품의 가격은 80여만 원 수준. 특히 한국과 비행거리가 가까운 일본 오사카 A호텔, 도쿄 B호텔 등은 시험장과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한국인 응시자들의 숙소로 유명하다.

GRE 전문 학원의 한 관계자는 매달 일본 등지에서 GRE를 치르는 한국 학생들이 2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시험이 있는 6월과 10월에는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연속 시험을 보려는 학생들이 늘어나 시험원정대의 수도 20% 이상 급증한다고 말했다.

한 GRE 준비생은 ETS 측이 철저한 시험관리로 객관성을 높이기보다 횟수와 방법만을 제한해 학생들에게 피해만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학원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불편함과 과비용은 단기간에 좋은 성적을 내려는 일부 몰지각한 누리꾼(네티즌)들의 비윤리적인 시험문제 공개 때문이라며 수험생들은 실질적인 영어 능력을 높이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영 정세진 jaykim@donga.com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