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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줄줄 새는 세금 어제 하루에 본 사례들

[사설] 줄줄 새는 세금 어제 하루에 본 사례들

Posted September. 23, 200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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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정감사 첫날인 어제 하루에만도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사례가 숱하게 쏟아졌다. 한탄강 댐 건설은 사업비가 당초 9753억 원에서 2조7912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고, 정상절차를 밟지 않아 공사중단에 따른 위약금 부담도 우려된다고 한다. 수요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놀리고 있는 산업공단에는 매년 100억 원씩의 국고가 지원된다. 971억 원을 투입한 전국토지정보망은 서울 제주에서만 가동되고 있다. 190개 대형 건설사업은 허술한 사전조사 등으로 인해 공사기간이 평균 3.5년 연장됐고, 건당 1000억 원씩 더 들어간다는 지적도 나왔다.

극빈층으로 분류돼 연간 4조3000억 원의 국고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는 5년간 100회 이상 해외여행을 한 사람이 85명이나 됐다. 금융자산이 5000만 원 이상인 1296명, 1억 원 이상인 234명도 지원을 받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연구비를 유용했다가 적발된 교수 10명에게 올해도 연구를 맡겼다. 과학기술부가 1000억 원 가량 출자한 펀드는 대부분 수익률이 마이너스이고 원금회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주먹구구식 전력()증강 사업에 따른 예산낭비나 오용()은 규모가 훨씬 크다. 육군이 개발한 전술통신체계망(SPIDER)은 통신 주파수가 겹쳐 일부 장비를 고치느라 세금이 400억 원 더 들어갔다. 해군은 6869억원이 투입된 함대함 유도미사일을 시험 없이 양산()했다. 11월의 뒤늦은 시험발사에 문제가 생기면 세금이 추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공군 주력 전투기 KF-16 130여 대에 탑재된 데이터링크(IDM) 장비는 제때 개량되지 않아 5년 이상 쓸모없이 방치돼 있다. 미 공군으로부터 전황()정보를 수신하는 IDM은 모두 수백억 원어치다. 올해 말부터 실전 배치되는 F-15K는 미사일 운용 주파수를 사전에 확보하지 못해 전투기 핵심기능에 큰 차질이 생기고 있다. 5조4000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 사업이 이 모양이다.

국민은 세금고()에 비명을 지르는데 정부는 펑펑 잘도 쓰고 있다. 작년에도 각 부처는 연말 몰아쓰기 행태를 이어갔다. 대통령실은 900만 원짜리 차량용 TV 구입 등 연말에만 7억3700만 원을 썼다.

7일 청와대 회담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정부는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깎을 예산의 조목을 한나라당이 정해줬으면 한다고 받아쳤다. 노 대통령은 예산 오남용에 대해 귀를 막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