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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라 기틀 다시 세워 미래로 가자

Posted August. 15, 200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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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0주년이다. 일제()의 사슬에서 풀려나 독립국가의 기틀을 다지고, 분단과 전쟁을 딛고 근대화와 민주화를 이루어 낸, 힘겨웠지만 자랑스러운 세월이었다. 대한민국의 성취는 세계 후진국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 모두가 가슴을 펼 만하다.

그러나 미래는 불투명하다. 정치 경제 사회적 갈등이 조장 확산되는 상황이 심각하다. 절대빈곤 탈출의 원동력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선택과 산업화 노력, 경제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보 불안을 덜어 준 한미 동맹을 부정()하고 흔드는 기류가 심상찮다. 민주화 이후의 선진화 비전은 구체적 전략으로 가시화되지 못한 채 과거사 응징이 곧 미래전략인 양 대한민국 자체를 자해()하는 정치와 운동이 판을 친다. 북한 주민의 굶주림과 인권 참상은 외면한 채 민족이라는 한마디로 김일성김정일 체제를 옹호함으로써 최대의 안보 위협인 핵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양상도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국력은 분산 소모되고 경제 잠재력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

광복 60주년을 전기로 삼아야 한다

나라의 기틀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리고 미래를 향해 함께 뛰어야 한다. 그래서 더 강하고 풍요로운 일류() 선진국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이 시대 우리에게 던져진 소명()이다.

정체성()은 개인이건, 국가건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분단으로 미완()의 광복이 됐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뿌리까지 부정하는 행태가 용납돼선 안 된다. 우리는 60년 전 해방공간에서 통일을 염원했으나 미소() 냉전의 격화 속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일부에서는 친일, 친미, 반()민족주의자들 때문에 통일정부 수립의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하지만 명백한 억지다. 이런 독선과 무지가 남한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밝혀진 공산권 사료()들만 봐도 소련이 1945년 9월에 이미 북한 단독정권 수립을 결정했고, 김일성이 이에 철저히 따랐음이 입증된다.

분단은 극복돼야 하지만 반드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 내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는 인류 보편의 가치이자 민족이 살아남을 길이다. 북한의 극소수 체제 수혜층을 제외한 절대다수 주민이 수십 년 겪고 있는 배고픔과 반()자유의 공포가 이를 웅변한다. 굶겨 죽이는 것 이상의 고문과 반()인권은 없다.

통일은 자주()를 되뇌기만 해서 실현되지는 않는다. 통일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국력을 키워야 하고, 주변국들의 이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외교역량도 갖춰야 한다. 계속 활용해야 할 선린우호관계를 무너뜨리면서 민족공조만 부르짖는다고 통일이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냉엄한 현실을 무시하고, 듣기 좋은 구호로 반()외세만 외치는 것이야말로 반()통일 수구()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반목부터 해소해야 한다. 산업화 없는 민주화, 민주화 없는 자유와 인권 신장이 가능했겠는가. 두 에너지를 하나로 묶어 선진화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이념논쟁과 주류() 뒤집기를 통해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으니 안타깝다. 민주화 세력은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우지만 그것만으로 미래를 열어 갈 수는 없다. 민주화 정권에서도 도청이 자행됐다.

정부•시장•시민사회, 상생 지혜 발휘를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을 최대한 하나로 묶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 시장(), 시민사회의 제휴가 절실하다. 어느 한쪽만의 힘으로 세계적 무한 경쟁을 헤쳐 나가기는 힘들다. 정부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밀어붙인다고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정부는 아무리 유능해도 선의()의 중재자에 그쳐야 한다. 포퓰리즘(인기영합) 정치에는 능하지만 국정운영에는 아마추어인 정권에서는 더욱 그렇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길 수도 없다. 시장과 정부의 최적()관계 설정은 정치경제학의 오랜 숙제다. 시민사회의 급속한 성장은 산업화와 민주화가 안겨 준 또 하나의 선물이지만 이 또한 만능일 수 없다. 무책임한 정파적 시민단체의 난립이 참된 대의()민주주의와 경제의 효율 증진에 오히려 걸림돌로 지적된다.

3자가 서로의 가치와 역할을 인정하고 상호 절제 속에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들을 연결하는 첫 고리는 법치()다. 내가 싫다고 헌법을 공격하고 법치에 역행하는 행태가 국기()를 무너뜨릴 지경에 이른 것은 참으로 우려스럽다. 이에 대한 자제()가 있어야 선진 민주국가, 누구나 안심하고 경제할 수 있는 나라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