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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곧 회복 외치지만

Posted August. 12, 200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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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침체냐, 회복이냐.

한국경제가 기로에 섰다.

급등하는 국제유가, 소비심리 냉각, 살아나지 않는 설비투자, 높아지는 금리인상 압력 등 악재들이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경기회복을 주장하지만 시장은 이를 확신하지 못 한다.

그칠 줄 모르는 유가 상승은 가계의 소비여력을 줄이고 기업채산성을 떨어뜨린다. 소비심리와 투자심리 위축은 내수 회복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수출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4% 안팎의 성장률도 달성이 힘들 수 있다.

정부는 경기진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는 또 재정건전성 악화로 연결된다.

기름값 연일 최고가 행진

폭등하는 국제유가는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최대 복병이다.

정부가 작년 말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세울 때 평균 35달러로 예상했던 중동산 두바이유는 56달러대에 진입했다.

10일 현지 현물시장에서 두바이유는 배럴당 56.37달러에 거래됐다. 4월 4일 50달러대에 처음 진입한 뒤 지난달 8일에는 배럴당 55.40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55달러를 넘어섰다.

두바이유 월 평균 가격은 5월 45.41달러 6월 51.06달러 7월 52.84달러 8월(10일까지) 55.20달러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현물가도 10일 배럴당 64.07달러까지 올랐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본부장은 가장 큰 불안요인인 수급 불일치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고유가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수회복 늦어지나

정부가 누차 강조하듯 경제는 심리라는 측면이 적지 않다. 그런데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으며 고용사정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3.7%로 1년 전과 같지만 실업자 수는 88만8000명으로 1.2%(2만3000명) 늘었다.

특히 만족할 만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활동을 중단하는 구직 단념자가 14만1000명으로 2001년 2월(14만9000명) 이후 4년 5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1529세의 청년층 실업률은 8.3%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고용사정이 풀리지 않다 보니 가계소득이 늘지 않고 소비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를 반영하듯 소비심리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6개월 후의 경기와 생활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7월 중 95.2로 전달에 비해 0.2포인트 떨어져 넉 달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4월 0.2%에서 5월 7.7%로 반짝 상승하더니 6월에는 2.8%의 큰 폭으로 떨어졌다.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정부와 여당은 경기침체로 세수()가 예상보다 부진하자 이를 메우기 위해 5조 원 이상의 추경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11일 기획예산처와의 당정협의회에서 올해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세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추경예산이 편성돼야 한다며 세수가 4조 원 가까이 부족할 것이고 최저 생활계층을 위한 지출까지 감안하면 5조 원이 넘는 추경예산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쓰고 남은 예산(세계잉여금)도 없고 한국은행에서 빌려올 수 있는 돈도 없어 국채를 발행해 추경예산을 충당할 계획이다.

따라서 지난해 말 203조1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 원을 넘어선 국가채무는 더 늘어나게 되고 재정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세수 부족추경 편성국가채무 증가국민부담 가중성장잠재력 약화의 악순환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성균관대 김준영(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빚을 내 추경예산을 편성하면 국가채무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치영 공종식 higgledy@donga.com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