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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열쇠쥔 삼성직원 귀국후 잠적

Posted August. 11, 200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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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검찰의 2002년 대통령선거 자금 수사 때 자금 출처 등을 밝히지 못하고 내사 중지된 삼성 채권 800억 원의 매입에 관여했던 삼성 직원 최모 씨가 5월 20일 귀국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최 씨는 귀국 후 주거지를 옮기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씨가 귀국할 경우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검찰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사건 개요=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3년 11월부터 6개월간 계속된 대선 자금 수사를 통해 삼성이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총 800억여 원 상당의 채권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중 302억여 원이 한나라당 등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밝혀냈지만 나머지 500억여 원은 사용처를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채권 매입 자금의 출처에 대해 이건희() 회장 개인 재산이라는 삼성 측의 주장을 깨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채권 매입을 담당한 삼성 직원 최 씨와 김모 씨가 해외 체류 중이어서 수사가 어렵다며 내사 중지했다.

김 씨는 2003년 5월경 출국했고, 최 씨는 검찰의 삼성 채권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1월 출국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참고인 중지를 하면서 입국 시 통보 조치를 했다.

당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채권 매입에 관련된 최 씨와 김 씨를 조사해야 정확히 알 수 있는데 두 사람이 해외에 체류하고 있어 조사가 안 됐다며 두 사람이 국내에 들어오면 수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절묘한 출입국 시점=최 씨는 지난해 1월 대검 중수부가 삼성이 매입한 채권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기 직전 갑자기 출국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최 씨가 채권 매입 자금 출처 등 비밀을 알기 때문에 삼성이 최 씨를 외국으로 출국시켰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었다.

최 씨는 5월 13일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 대한 특별 사면복권이 단행된 1주일 뒤인 5월 20일 귀국했다.

검찰 조사 안 하나, 못하나=검찰은 최 씨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최 씨의 소재도 파악이 안 되고 있고 설사 찾는다 하더라도 피의자 신분이 아니고 참고인 신분이기 때문에 강제 구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 같은 소극적인 태도를 두고 수사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대로 한다면 참고인이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조사를 받게 하는 게 쉽지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다고 말했다.

X파일 수사로 불똥 튀나=최 씨의 입국 사실은 안기부 불법 감청(도청) 테이프 사건 때문에 검찰과 삼성의 관계가 미묘한 시기에 밝혀졌다. 검찰은 1997년 대선 직전 삼성이 거액의 돈을 정치권에 제공했다는 대화 내용이 담긴 테이프 내용에 대한 수사 착수 여부를 결론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삼성 채권 800억 원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최 씨의 조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여론의 거센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여론의 압력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테이프 내용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진영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