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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위한 쥐노래미 아비의 아름다운 사투

새끼 위한 쥐노래미 아비의 아름다운 사투

Posted August. 05, 2005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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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에서 이듬해 1월 사이 동해에서는 쥐노래미들의 산란이 한창이다. 동해안에 서식하는 쥐노래미는 사는 장소에 따라 노란색, 적갈색, 자갈색, 흑갈색 등으로 몸 빛깔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부성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MBC는 7일 오후 5시 10분 알을 낳고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온 정성을 다해 보살피는 쥐노래미 아비들의 삶을 관찰한 자연다큐멘터리 쥐노래미 아비, 그 60일간의 사투(연출 최삼규)를 방영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준비기간 3년, 촬영기간 2년(20032004년 겨울)에 두 차례에 걸쳐 동해 울진 앞바다에서 수중 촬영했다. 제작을 맡은 최삼규 PD는 2002년 다큐멘터리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로 백상예술대상 TV 작품상, 2003 방송위원회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경력의 소유자다.

제작진은 암컷이 알을 낳고 사라지면 알 곁에서 부화할 때까지 목숨을 걸고 보살피는 쥐노래미 수컷들의 모습과 알이 부화되는 전 과정, 그리고 주위 바다 깊숙이 살고 있는 다른 수중 생물들의 생태를 생생하게 찍어냈다.

산란기가 되면 회갈색 쥐며느리 수컷들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혼인()색인 황금색으로 변한다. 짝을 만나 쥐노래미 암컷이 산란을 하면 그 알을 지키는 일은 수컷의 몫이다. 알을 수컷이 지키는 물고기는 드물다.

수컷은 알을 받는 일부터 그 능력을 평가받는다. 능력 있고 경험이 많은 수컷은 20마리의 암컷으로부터 알을 받아 부화시키지만 초보 수컷은 알도 잘 못 받을 뿐만 아니라 부화에도 서투르다.

일단 알을 맡으면 쥐노래미 아비들의 사랑은 한결같다. 알이 잘 부화되도록 산소를 공급해 주고 밤을 새워 가며 천적과 사투를 벌인다. 그 기간은 60일. 제작진은 70cm 길이의 쥐노래미가 알을 지키기 위해 10kg이 넘는 문어와 싸우는 장면, 불가사리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는 장면을 포착했다. 특히 불가사리의 위가 있는 부분이 알에 닿지 않도록 지능적인 보호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제작진은 이 밖에도 수온이 섭씨 7도 이하로 내려가야 피어나는 말미잘의 모습과 1년에 한 번 이루어지는 멍게와 말미잘의 방정(정액 배출), 커다란 오징어가 물결을 타는 모습도 포착했다. 최 PD는 하찮은 물고기에 불과한 쥐노래미가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은 부성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세태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