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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률 0.09% 기적을 복제하다

Posted August. 04, 2005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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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 살았어!

4월 24일 오후 7시 서울대 수의대 동물병원.

황우석() 석좌교수가 누런 어미개의 배를 가르는 순간 연구원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황 교수가 어미 배 속에서 까만 털에 뒤덮인 수컷 강아지를 치켜들자 연구원들은 박수를 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세계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Snuppy)는 이렇게 제왕절개수술로 태어났다. 몸무게는 530g. 정상이었다.

2002년 8월 황 교수팀이 개 복제 연구를 시작한 뒤 숱한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이뤄낸 2년 8개월 만의 성공이었다. 개 복제는 이때까지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복제 전문가들도 고개를 흔들던 난공불락의 영역이었다.

남자도 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어요. 개 복제는 연구가 전혀 안된 상태여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었거든요.

연구의 실무책임을 맡았던 이병천() 교수는 아직도 스너피 탄생 순간의 감격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3월 16일 초음파 검사로 스너피의 어미가 임신에 성공한 사실을 확인했을 때도 감격에 겨워 울었다고 한다. 그만큼 개 복제는 어려웠다.

황 교수팀은 1999년 2월 복제 소 영롱이를 탄생시켰지만 국내 최초의 성과였을 뿐이었다. 이미 1년 전 일본 연구팀이 소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

2002년에는 유전자를 변형시킨 돼지를 복제했지만 2년 전 영국 연구팀에 선수를 빼앗긴 상태였다. 그래서 더욱 더 개 복제만은 세계 최초로 성공하자고 다짐했다.

2002년 8월 황 교수, 이 교수, 강성근() 교수를 중심으로 10명의 개 복제팀이 처음으로 구성됐다.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에서 유학 와 박사과정에 다니던 외국인 2명도 연구팀에 포함됐다.

1년 후인 2003년 8월 초음파검사를 통해 처음 임신에 성공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개 복제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수정 48일 후 유산이 됐다. 개의 임신기간이 63일이니까 출산을 15일 남겨뒀을 때였다.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일에 매달렸던 일부 연구원은 안타까워 눈물을 흘렸다. 올해 5월에는 스너피에 이어 2번째로 복제 개가 태어났으나 출생 22일 만에 폐렴으로 사망해 연구원들의 발을 구르게 했다.

하늘을 감동시킬 때까지 실험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황 교수는 이 말로 연구원들을 다독거렸다.

불상사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엔 연구팀의 맏형인 이 교수가 개의 배란 시기를 맞추려고 호르몬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혈액을 뽑다가 개한테 사정없이 손을 물리고 말았다. 이 교수는 6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연구팀의 김민규() 박사는 여성을 포함해 연구원 가운데 실험견에 안 물린 사람이 없다며 연구팀에는 상처가 큰 사람이 대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의 차도 수난을 당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도 실험동물회사에서 발정 난 개를 골라 서울대 실험실로 옮길 때 이 교수의 차를 이용했다. 수십 차례에 걸쳐 개를 수송하다보니 차 안은 온통 개 냄새였다. 나중엔 냄새에 익숙해진 연구원 외에는 누구도 탈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정부 지원으로 예산이 확보돼 개 수송 전용차로 옮기고 있다.

세계 최초의 개 복제 성공 사실이 처음 공개된 3일은 스너피가 태어난 지 정확히 102일 되는 날.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백일잔치를 치른 셈이다.



이충환 cosm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