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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안전은 안중에도 없나

Posted July. 26, 200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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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휴가 간다는 소리도 못 하고 근무에만 매달리고 있어요. 조종사들도 운항 규정에서 정한 13시간의 하루 비행시간을 다 채우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이 25일로 9일째 맞고 있으나 노사 양측이 협상을 거부한 채 장기전 태세로 돌입하자 사내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휴가철 성수기를 맞아 더욱 바빠진 공항 현장에 투입된 항공기 승무원과 직원들은 휴가를 반납한 채 항상 대기 상태다. 전체 조종사 826명 가운데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400여 명의 근무 강도는 평소의 2배에 이를 정도로 강행군의 연속이어서 안전사고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동남아시아 등 35시간짜리 중거리 노선을 주로 운항하는 A 기장은 17일 시작된 전면파업 이후 그동안 하루만 쉬었다.

그는 평소 나흘에 한 번 쉬었지만, 요즘 닷새에 하루씩 쉬고 있어 입술이 터질 정도로 피로도가 심하다며 이로 인해 비행에 나서면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심정으로 계기판을 두세 번 점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장의 조종사들은 일본 중국 등 짧은 거리를 운항할 때 하루 왕복은 필수이고 운항을 마치더라도 거의 쉴 틈도 없이 다른 노선에 투입되는 멀티 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아시아나항공의 운항 편수는 매일 280편 안팎이었지만, 요즘 국내 내륙노선을 모두 결항시켰기 때문에 180편가량으로 줄어들었다.

회사 측은 조종사 파업에도 불구하고 국제선을 정상 운항하고 대체 교통수단이 없는 제주노선도 차질 없이 운항할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지난 주말부터 파행 운항이 심각해지고 있다. 국제선의 경우 호주 시드니 노선이 결항됐고 하루 90편 이상 운항되는 제주도 노선의 결항률이 20%를 웃돌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운항관리팀 윤중근 부장은 당초 예상보다 결항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성수기 동안 현재의 수준은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타협을 거부한 채 극한 대결로 치닫는 노사 양측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간부급으로 일하는 B 씨는 노사가 안전운항을 명분으로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만 하고 있다며 특히 연봉 1억 원대의 고액 노동자가 휴가지를 전전하며 투쟁하는 모습은 같은 노동자로서 수긍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박희제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