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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76개 공기업에서 벌어질 일들

Posted June. 25, 200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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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주된 사업장은 수도권()에 있다. 신도시 개발과 아파트 건설의 6070% 이상이 수도권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정부가 발표한 176개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안에 따르면 토지공사는 전북으로, 주택공사는 경남으로 가게 된다.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서는 지방본사보다 서울지사의 규모가 훨씬 큰 기형적인 공기업이 될 판이다.

정부는 4대 공기업으로 불리는 한국전력, 도로공사, 토공, 주공을 지역 연관성이나 업무 효율성보다 안배주의에 따라 배분했다. 그나마 4대 기관을 받게 된 지방자치단체는 잔칫집 분위기라지만 유치에 실패한 지자체는 딴판이다. 각 광역 시도 안에서 기초 시군 간의 2차 유치전도 가열될 것이 뻔하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따라 강행하는 공기업 지방이전이 지역간 이익갈등을 더 증폭시킬 우려가 큰 것이다.

해외유전개발이 주업무인 석유공사는 외국계 기업과 금융기관이 모여 있는 수도권에서 울산으로 옮겨가면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 영상물등급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는 부산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으로 간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녹음현상장비와 세트장을 이용하는 영화사와 영화인은 대부분 서울에 있어 불편이 클 수밖에 없다. 서울 구로동에 있는 산업기술시험원은 주로 구로공단 소재 중소기업 제품의 시험평가와 품질인증을 하는 공기업이다. 이 시험원이 경남으로 가고나면 전체이용자의 73%나 되는 수도권 중소기업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업무 효율과 이용자 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멀리 보내버리면 공공기관 서비스의 질이 개선될 리 없다.

이전 비용도 문제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옮기는 공공기관의 건물 등 자산을 모두 팔더라도 추가로 3조3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공공기관의 토지와 건물이 일제히 매물로 나왔을 때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공공기관들의 설비를 옮기는데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낯선 곳으로 생활 근거지를 옮겨야 하는 90만 공공기관 근무자와 연관산업 종사자, 그리고 그 가족의 고통에 대해서도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들의 생활 불편과 삶의 질 저하도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 공공기관 이전 강행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플러스효과보다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마이너스효과가 클 것 같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