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역대 어느 정부도 이러진 않았다

Posted June. 24, 2005 05:54,   

ENGLISH

정부 산하 공기업이나 단체의 기관장, 감사 등 핵심 요직에 청와대나 여당에 몸담았던 정치권 인사들이 잇달아 선임되고 있다.

공기업에 대한 정치인 낙하산 인사는 역대 정부에서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특히 현 정부 출범 후에는 과거 같으면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공기업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청와대나 여당 인사들을 대거 보내는 등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외한이 공기업 CEO=청와대가 22일 철도공사 사장과 조폐공사 사장에 각각 내정한 이철() 전 의원과 이해성() 전 열린우리당 부산시위원장.

두 사람은 지난해 17대 총선에 여당인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에서 출마했다가 떨어진 경험이 있고 해당 공기업의 업무와 거의 관련을 맺은 적이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에 앞서 4월에는 이우재() 전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이 한국마사회장에 임명됐다.

또 작년 총선에 경북 지역에서 출마한 이영탁() 씨는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에, 비례대표로 출마한 한행수() 씨는 대한주택공사 사장에 선임되는 등 현 정부 출범 후 각 공기업 및 단체의 장()이나 감사 등 요직에 여권() 인사의 진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총선에 나섰다가 떨어진 사람 가운데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사람은 모두 8명으로 늘었다.

청와대 측은 철도공사와 조폐공사 사장 선임에 대해 전문성보다 조직 장악력과 노조와의 협상력 등 통합능력을 고려한 인사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경희대 안재욱(경제학) 교수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는 공기업의 효율을 크게 떨어뜨린다며 낙하산 인사가 없어지지 않는 것은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측근을 요직에 보내려고 하는 권력자의 의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늬만 공모 관리체계가 없다=은행 고위 경영진으로 있다가 퇴임한 최모(68) 씨는 지난해부터 공기업 사장 공모 때마다 하마평에 올랐다.

최 씨는 공모에 앞서 사장추천위원회에서 이력서를 제출해 보라는 전화가 자주 오지만 실제 뚜껑을 열고 보면 내가 선출될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들러리는 이제 그만 서야겠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마사회장 공모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지방의 한 인사는 선출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농림부 측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시스템보다 의식이 문제=전문가들은 공기업 인사시스템보다는 최종 인사권자의 의식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비상임이사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가 공모를 통해 적격자를 추천하고 주무부처 장관이 제청하는 과정은 미국 영국 등 이른바 인사 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실제 운용과정에서는 전혀 딴판이 된다는 것.

단국대 오열근(행정학) 교수는 최종 인사결정권자가 신세를 진 사람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아무리 좋은 인사시스템이라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수용 고기정 legman@donga.com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