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당당한 몸의 반란

Posted June. 11, 2005 06:46,   

ENGLISH

몸짱에 대한 열망과 다이어트가 종교가 되다시피 한 이 시대에 출산드라의 외침은 신선함을 넘어 통쾌함까지 준다. 한마디로 몸을 화두로 한 생각의 전복 현상이다.

최근 등장하는 뚱보 캐릭터는 이뿐만이 아니다.

KBS 2TV 코미디 프로그램 폭소클럽의 인기코너 X파일-마른 인간에 관한 연구는 아예 마른 인간들이 멸종하고 뚱보들이 주류가 된 2222년 가상사회를 상정해 날씬한 인간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롱한다. 개그맨 유민상이 뚱뚱한 몸에 의사 가운을 입고 나와 햇반을 가리키며 (21세기의 마른 인간들은) 왜, 이렇게 한 숟가락씩 포장을 했던 것일까요?라고 묻는다.

기존에는 뚱보 캐릭터의 자기 비하나 학대가 주류였던 것과 반대로 뚱뚱한 것이 옳고 마른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대놓고 손가락질하는 것이다.

뚱뚱한 것이 오히려 실력을 강조하는 요소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성 4인조 그룹 빅마마가 대표적인 경우. 최근 2집 앨범을 낸 빅마마는 뚱뚱한 이미지를 앞세워 몸매가 아닌 실력으로 승부한다는 마케팅 전략에 성공했다.

몸의 반란은 이제 대중매체를 넘어 당당한 문화코드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올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는 신체 사이즈 88 이상 여성들이 참가한 빅 위민(Big Women) 패션쇼가 열렸다. 홈쇼핑에선 뚱보 전문 모델들이 상한가를 치며 활약 중이다.

예술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있는 그대로의 몸을 사랑하자는 인문학적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몸을 캔버스로 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7월 3일까지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아시아-여성-섹슈얼리티전에도 몸을 화두로 한 아시아 여성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은 과거 예술가들의 몸 퍼포먼스는 팔 수 없는 작품을 만들자는, 미술의 상업성에 대한 저항 차원이었으나 요즘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 다양한 몸 작업들은 더욱 다양한 메시지들을 던져 준다고 분석했다.

리서치 회사 직원 김혜영(25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씨는 풍만함은 곧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라며 뚱뚱녀 교주 출산드라가 자연분만 모유 수유를 주문처럼 외우는데 마른 몸 강박관념에서 탈피해 건강한 모성으로 복귀하자는 경고로 들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화계의 몸의 반란은 과연 주류로 떠오를 것인가.

김종엽(사회학) 한신대 교수는 사회의 주류 담론은 결코 목소리를 높여서 주장하지 않는 법이라며 뚱뚱한 사람이 마른 사람을 풍자하는 설정 자체가 이미 날씬함이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됐음을 증명하는 것이며, 날씬한 신체에 대한 대중의 열망은 몸의 반란과 양립하면서 오히려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