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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나간 감사원, 누가 감사하나

Posted June. 01, 200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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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에 앞서 이뤄진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문건이 사건 핵심 관련자들에게 유출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감사 내용과 함께 감사 과정도 부실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이처럼 어이없는 행태를 보인 감사원을 감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유출 경위=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홍만표)는 31일 왕영용(구속) 철도청 사업개발본부장에 대한 감사원 조사 문건 일부가 감사원 조사를 앞둔 김세호(사건 당시 철도청장구속) 전 건설교통부 차관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감사원 조사 문건을 찾아내 감사원과 철도공사 관계자를 상대로 문건의 유출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은 3월 10일경 철도공사에 감사를 나간 감사원 직원이 왕 씨를 조사하면서 문답서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철도공사 직원 2명에 의해 유출됐다고 밝혔다.

감사원 직원이 사용한 노트북 컴퓨터에 꽂힌 플로피디스켓을 철도공사 직원들이 몰래 빼낸 뒤 복사해 김 전 차관 등에게 건넸다는 것.

유출된 문건은 감사원 직원이 왕 씨를 조사하면서 작성한 60쪽 분량의 문답서 중 4050쪽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의 부실 해명=감사원은 자체 조사 결과 플로피디스켓을 넣어 둔 철도공사 감사장 캐비닛을 철도공사 직원들이 마스터키로 열고 디스켓을 갖고 나가 복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자신들은 문서 보안 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다했다는 것.

그러나 문건을 유출한 철도공사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책상 위에 방치된 노트북 컴퓨터에 꽂힌 플로피디스켓을 복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플로피디스켓뿐 아니라 감사원 직원이 사용한 노트북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서도 다른 조사 문건이 유출된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노트북 하드디스크에 자료를 남기지 않기 위해 플로피디스켓으로 작업했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난 셈이다.

단순 실수?=김 전 차관은 직원들이 빼낸 문답서를 미리 입수해 정밀분석하면서 감사원 조사와 검찰의 소환에 대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왕 씨 조사 문답서 외에 추가로 감사원 조사 문건이 유출됐으며, 이 중 일부는 신광순(당시 철도청 차장구속) 전 철도공사 사장 등 다른 사건 당사자에게도 전달된 정황을 잡고 조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감사원 관계자의 묵인이나 방조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검찰은 감사원 조사 문건을 빼낸 철도공사 직원 2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및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형사 처벌할 방침이다.

지난달 초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쥔 허문석(인터폴 적색수배) 씨의 출국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아 온 감사원은 문건 유출로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한편 감사원은 이번 조사 문건 유출을 계기로 조사 자료 보관, 기밀 유지 등 보안 전반에 대해 개선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조용우 장강명 woogija@donga.com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