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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대가들 덕수궁 산책

Posted May. 24, 2005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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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사의 주요 페이지를 장식한 대가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인다. 국립 현대미술관과 네델란드의 스테델릭 미술관 공동 주최로 28일 덕수궁미술관에서 개막하는 20세기로의 여행, 피카소에서 백남준으로 전.

제목이 말해주듯 이번 전시회는 입체주의, 표현주의, 팝아트, 비디오아트 등 현대 미술의 다양한 유파와 장르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원작으로 보는 현대 미술 교과서라는 부제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스테델릭미술관이 소장품 71점을, 국립 현대미술관이 42점을 내놓았다.

지난 주 스테델릭 미술관을 찾았을 때 미술관측은 한국으로 보낼 작품 포장을 막 끝낸 뒤였다. 암스테르담의 운하를 내려다보는 스테델릭 미술관은 현대 미술의 요람으로 꼽히는 곳. 1895년 설립된 뒤 시대마다 당대에선 전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은 작가들에게 주로 전시장을 내줬다.

칸딘스키와 함께 추상화의 선구자로 꼽히는 몬드리안의 주요 활동 무대가 이곳이었고, 백남준의 초기 비디오 작품도 이곳에서 전시됐다. 앤디 워홀을 비롯한 미국의 팝아트도 유럽에선 스테델릭 미술관에서 가장 먼저 소개됐다.

스테델릭 미술관이 이번 전시회에 내놓은 소장품은 피카소, 브라크, 레제, 블라맹크, 야블렌스키, 몬드리안, 칸딘스키, 카렐 아펠, 마르셀 뒤샹, 잭슨 폴락, 마크 로스코, 윌렘 드 쿠닝, 라우센버그, 클래스 올덴버그, 로버트 롱고, 브루스 나우만, 제프 쿤스 등 59명의 작품이다.

전시회를 공동 기획한 마틴 베르퇴 스테델릭 미술관 부관장은 경관이 아름다운 덕수궁 미술관에서 전시를 갖게 돼 기쁘다며 현대 미술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전시회를 찾는 관람객은 서양 미술과 한국 미술의 우연한 만남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출품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과 스테델릭 미술관의 작품 가운데 느낌이 비슷한 작품들을 나란히 배치하는 형식으로 전시회장을 꾸민다는 것. 베르퇴 부관장은 의도적으로 흉내를 낸 게 아닌데도 비슷한 작품이 나온다는 건 예술적 공감대가 시공을 초월해 형성된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한국 작가는 남관, 백남준, 서세옥, 이우환, 서도호, 노상균, 안규철, 주재환, 최정화. 이불 등 18명이다.

전시는 추상 표현 개념이라는 3개의 키워드로 구분돼 입체주의, 기하학적 추상, 서정적 추상, 야수파, 표현주의, 추상표현주의, 개념미술, 팝아트, 포스트모더니즘 등 20세기를 관통하는 다양한 미술사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꾸민다. 추상화나 표현주의 작품, 설치 미술 등 현대 미술은 이해하기가 다소 어렵다는 게 일반인들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베르퇴 부관장은 굳이 작품을 해석하고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려다 보면 머리만 아플 뿐이라며 우선 시각적으로 즐기고 가슴으로 느낀 뒤 각자의 느낌대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게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전시는 8월 15일까지. 관람료 성인 1만 원, 중고생 7000원, 초등학생 5000원.



금동근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