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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부터 경제 먹구름직시해야

Posted May. 20, 200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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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성장률이 2.7%에 그쳤다고 한국은행이 발표했다. 2003년 3분기 이후 가장 낮다. 성장의 마지막 버팀목인 수출마저 증가율이 3년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정부가 약속한 5% 성장과 일자리 40만 개 창출이 힘들어 보인다.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먹구름은 계속 짙어지고 있다. 4월의 소비자기대지수가 4개월 만에 또 하락세로 돌아섰고, 5월 경기실사지수(BSI)도 악화됐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할 것이라는 의미다. 수출의 대외변수도 좋지 않다. 세계경기가 하강국면인데 겹쳐 중국 위안화의 절상 논란에 따른 원화 환율 불안이 커지고 있다. 수출기업 채산성에 적신호들이다.

저성장은 배고픈 삶을 뜻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수지에 따르면 소비지출 증가율은 4%로 7년 만의 최저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이고 일자리는 불안한데 세금은 10%나 늘어난 결과다. 저성장이 계속되고 부동산 세금이 더 폭증하면 국민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물가, 외환, 성장률, 실업 등 모든 측면에서 한국경제는 회복됐다고 국내외에 알렸다. 며칠 사이 한국은행 통계청 등이 내놓은 경제실적만 보더라도 터무니없는 호언()이었다. 노 대통령은 위기를 위기로 깨닫지 못하도록 만드는 보고()들을 경계해야 한다. 예컨대 담배 생산 감소로 성장률이 2%대에 머물렀지만 곧 좋아질 것이라는 식의 보고다. 1.4% 늘어난 민간소비를 놓고 경기회복이라고 해석해서도 안 된다. 대통령부터 경제현실을 잘못 진단하면 유효한 처방이 나오기 어렵다.

올해 들어 재정 조기 지출과 저금리 유지 등 경기부양책이 동원됐지만 경기는 쉽게 살아날 기미가 아니다. 금리를 더 내리기도 어렵고, 더 쏟아 붓기에는 재정도 취약하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투자와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가장 정통적인 정책과 환경조성이 긴요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세금 부담을 완화해서 민간소비를 늘리고, 출자 규제와 수도권 규제 등 각종 규제를 신속하게 풀어서 투자마인드를 살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