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고이즈미류

Posted May. 19, 2005 23:34,   

ENGLISH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입심은 알아준다. 파벌정치의 본산인 자민당에서 계보도 없이 정권까지 잡은 것은 촌철살인()의 구변 덕이 크다. 일언거사()가 별명이다. 1, 2년 또는 몇 달 만에 교체된 총리가 수두룩한 나라에서 5년째 집권하며 역대 최장수 총리 반열에 오른 것도 원 프레이즈 폴리틱스(한마디 정치)라고 불리는 독특한 퍼포먼스 효과가 컸다. 15초 코멘트로 정치와 여론을 주도한다.

말이 주특기이다 보니 앞뒤가 안 맞는 수도 있다. 외무성을 개혁하고 싶을 때는 여론이 개혁을 바란다고 압박하다가 다른 일에서 여론을 외면한다고 추궁당하면 여론 따라 정치를 하면 빗나가는 일이 많다고 한다. 미군이 이라크를 점령한 뒤에도 대량살상무기가 나오지 않자 자위대 파병을 결정한 그는 코너에 몰렸다. 그러자 후세인을 찾지 못한다고 해서 그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인가라고 되받았다.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떼였다.

자위대는 법적으로 비()전투지역에만 보내게 돼 있다. 야당이 이라크의 어디가 전투지역이고 어디가 비전투지역이냐고 따졌다. 고이즈미는 여기 서 있는 내가 이라크의 전투, 비전투 상황을 알 턱이 있느냐며 상대를 교란시켰다. 불현듯 본심이 드러나기도 한다. 자위대는 실질적으로 군대다. 언젠가는 위헌 합헌 같은 부질없는 논의 없이, 나라를 지키는 조직에 명예와 지위를 부여하는 때가 올 것이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관한 코멘트도 모순이다. 평화를 기원하며 전쟁으로 죽은 모든 사람을 애도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그의 머릿속에 아시아의 희생자가 들어 있을 리 없다. 며칠 전엔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공자() 말씀을 슬쩍 끌어들여 전범() 참배를 정당화했다. 나라 안이나 밖이나 자기합리화에만 유난히 입심이 센 고이즈미류()의 정치인들을 허구한 날 보고 있자니 역겹다.

김 충 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