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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 동지들 배신 안하려 혈서 썼다

Posted May. 19, 200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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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1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1980년대 학생운동 동지들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 손가락을 자르고 혈서를 쓴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내용 자체에 모순과 의문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또 2003년 동아일보 취재팀에 공장에서 기계를 다루다 손가락이 잘린 것이라고 거짓말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거짓말 인정?=이 의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제 삶의 상처에 대해 밝힙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열사의 분신과 고문 소식이 잇따르던 어느 날, 손가락을 버렸고 태극기에 혈서를 썼다고 했다.

그러나 2003년 4월 본보 취재팀에 인천 부평의 한 가내 주물공장에 위장 취업해 있을 때 사고로 잘렸다고 주장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만, 이 의원은 19일 보좌진 회의에서 2003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이 되자 언론이 내 뒤를 뒤졌는데, 손가락을 자를 당시의 상황은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이 의원이 당시 자신에 대한 언론 취재를 일단 피해가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은 이 의원이 2003년 당시 손가락을 잘린 공장이 있던 곳이라며 취재기자를 부평까지 데려가는 등 거짓말 쇼를 한 데 대해서는 해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대의 상처란 무슨 의미?=이 의원은 해명 글에서 고문과 분신으로 점철된 당시 상황을 길게 설명하면서 학생운동을 하던 제게 군 입대 자체가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군에 가는 즉시 보안사에 끌려갈 것이요, 고문에 못 이겨 동지의 이름을 불게 되면 동지들이 잡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배신의 기억을 지니고는 영원히 정상적인 인간으로 살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군에 입대할 경우 학생운동 동지들을 배신할 것이 두려웠다는 얘기이나 이 의원의 1986년 당시 실제 행동은 이와는 모순되는 점이 있다.

이 의원은 1986년 봄 손가락을 자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5월 28일 강원 춘천의 입영부대에 입소했으나 수지 절단을 이유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아 귀가조치 됐다. 군에 가는 즉시 보안사에 끌려갈 것을 걱정해 단지까지 했다면서 왜 군에 입소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 의원은 2003년 본보 취재팀에 손가락이 있었더라도 국가보안법 주동자였기 때문에 검거되면 감방에 갈 신분이었다. 군 기피를 목적으로 손가락을 자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배 중인 게 사실이었다면 검거를 무릅쓰고 입소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

혈서의 실체=이 의원은 태극기에 혈서를 썼다. 절대 변절하지 않는다. 그 피 묻은 태극기는 이화여대 다니던 한 선배에게 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혈서를 쓰기 위해 굳이 군 면제가 되는 오른손 검지를 잘랐다는 대목에 대해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순전히 혈서를 쓰기 위해서라면 굳이 손가락을 뼈까지 자를 필요가 없다.

또 단지를 하려면 특별한 도구와 즉각 수술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의료 전문가들의 견해다. 손가락을 자르면 출혈이 심하기 때문에 혈서를 쓰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한다.



정용관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