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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허하게 들리는 남북대화 해야죠

Posted April. 24, 200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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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해찬 국무총리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남북대화 재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한다. 이 총리가 지난해 7월 고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불허 등으로 중단된 당국자 회담을 다시 가져야 할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자 김 위원장도 민족 공존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동조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공감이 어떤 수준의 남북대화로 이어질지 알 수 없으나 솔직히 공허하게 들린다. 지금 상황에선 어떤 대화도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면 별 의미가 없다. 6월 시한설 속에 미국은 이미 북핵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 대북() 경제제재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에 온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도 북한이 6자회담을 계속 거부하면 다른 방안을 강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만큼 위급한 상황이다.

이 총리는 김 위원장에게 당국자 회담을 해야 우리 측 교류협력기금을 쓸 수 있는 방안을 찾지 않겠느냐고 말해 북한이 회담에 응해만 준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이 총리는 또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푸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면서 우리와 중국 등이 그런 환경을 만드는 데 협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남북대화와 6자회담 성공에 대한 이 총리의 열망은 알겠으나 이런 말이 한미동맹의 한 당사자이자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걱정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이달 들어 영변의 5MW 원자로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 폐연료봉을 또 재처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지금 급한 것은 북핵 문제다. 외교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조차도 이 문제 해결 없이는 안 풀리게 돼 있다. 그렇다면 좀 더 크게 봐야 한다. 이 총리의 발언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복잡하고 다층적인 상황과 아귀가 안 맞는 것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