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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4색 록 뮤지컬 헤드윅

Posted April. 12, 200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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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긋한 가슴, 가느다란 눈썹, 반짝이가 들어간 원색의 아이섀도, 빨간 립스틱, 반짝이 벨트, 붉은 색 굽 높은 부츠, 눈부신 금발 가발.

11일 오후 서울 대학로 라이브 극장에 4명의 트렌스젠더가 출현했다. 요즘 대학로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록 뮤지컬 헤드윅의 주인공인 조승우, 오만석, 김다현, 송용진이 각각 헤드윅으로 분장하고 나타난 것.

헤드윅 공연 개막 전날인 이날, 사진 촬영과 최종 리허설을 위해 이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헤드윅 분장을 한 채 한자리에 모여 4인4색의 매력을 뿜어냈다.

자, 여러분이 좋아하든지 말든지, 소개합니다. 헤드윅!

라이브 연주에 맞춰 등장한 조승우는 실제 공연처럼 객석에서 무대로 걸어 나왔다.

흡사 나비가 날개를 펼치듯 망토를 활짝 펼친 뒤 벗어던진 그는 테어 미 다운 오리진 오브 러브 등을 열창했다.

노래를 마친 뒤 여성스런 말투로 아이, 목 말라아. 잠깐마안 하며 맥주병에 빨대를 꽂은 뒤 쪽 빨아 마시는 모습은 영락없는 트랜스젠더였다. 말아톤의 자폐청년 초원이도, 고뇌하는 지킬 박사나 악의 화신 하이드의 모습도 어느새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5인조 라이브 록 밴드의 연주에 맞춰 헤드윅들은 릴레이로 무대에 올라 각각 한두 곡의 노래를 곁들여 한 장면씩을 연기했다. 헤드윅 네 명의 매력을 동시에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리인 셈.

네 명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오만석(31)은 동료 헤드윅들에 대해 귀여우면서도 성깔 있는 여자 같다(조승우), 날씬해서 내가 봐도 사귀고 싶을 만큼 외모가 가장 예쁘다(김다현)고 평을 한 뒤 록가수이자 가장 남자같이 생긴 송용진에 대해서는 분장한 얼굴이 생각보다 잘 나왔다고 평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조승우는 기대했던 대로 빼어난 표정 연기를 보여주었고,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졌던 김다현 송용진도 자신만의 헤드윅을 무대에서 한껏 펼쳐보였다. 늘씬한 허리를 드러내는 과감한 옷차림의 김다현은 가장 섹시한 헤드윅의 몸짓을, 송용진은 로커답게 가장 강렬한 노래를 부르는 헤드윅을 각각 보여줬다. 유일하게 드레스를 입고 나온 오만석은 슬프면서도 가슴 뭉클한 헤드윅을 표현해냈다.

공연은 6월26일까지. 그러나 조승우가 출연하는 5월11일까지의 공연 중 그가 출연하는 공연 티켓은 캐스팅 발표와 함께 하루도 안 돼 모두 팔려나가는 바람에 구할 수 없게 됐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원래 티켓 가격(3만원, 4만원)의 두세 배에 거래될 정도. 조승우의 바람몰이에 힘입어 초반 한 달 동안 조승우와 더블 캐스팅된 오만석의 공연 역시 4월분은 거의 매진됐다. 김다현 송용진이 가세하는 5월 공연 티켓도 70%가 이미 팔려나간 상태다. 02-3485-8740



강수진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