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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타 배우 광대

Posted February. 23, 200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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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빼어나다고 해서 배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흥행작 몇 편을 남겼다거나 CF에 겹치기 출연한다고 해서 스타의 반열에 오를 수도 없다. 모든 스타가 다 배우로 대접받지도 못한다. 사실 연예인은 많아도 제대로 된 배우가 드문 것이 한국 영화계의 현실이다. 어쭙잖은 가수나 개그맨이 반짝 인기에 편승해 스크린에 얼굴을 들이미는 경우도 없지 않다.

스타는 빼어난 용모와 상품성을 갖고 있다. 때로 반신()으로까지 추앙받는다. 무성영화시대의 남성 섹스심벌 루돌프 발렌티노를 비롯해 뮤즈()로 칭송된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와 마를레네 디트리히, 요절한 제임스 딘과 메릴린 먼로 같은 이들이다. 발렌티노의 장례식은 여성 팬들의 집단적 히스테리 속에서 거행됐고, 딘의 묘지에는 사후 50년을 맞는 지금도 꽃다발이 이어진다. 그들의 출연작과 사생활은 사후() 신화()가 되었다. 배용준도 일본에서는 이 범주에 든다.

배우는 스타와 다르다. 인기보다는 연기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개런티보다는 감독의 역량을 보고 출연작을 고른다. 미국의 잭 니컬슨, 더스틴 호프먼,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한국의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같은 배우다. 여기에 성실과 봉사까지 보태지면 국민배우로 불린다. 프랑스의 카트린 드뇌브와 한국의 안성기 같은 배우다. 광대는 스타 또는 배우를 넘어 작품과 인생 모두에서 아주 희극적이거나 비극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천재 연기자를 말한다. 20세기 세계 영화사의 광대는 단연 찰리 채플린이다.

여배우 이은주가 25세라는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청순과 오만, 멜로와 요염의 요소를 겸비했고, 특히 대중보다 감독들로부터 더 사랑을 받은 신비로운 매력의 소유자였다. 한 여성 연기자의 죽음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이처럼 큰 관심과 추모를 보인 이유다. 스타 자질을 갖고 있었으나 배우이기를 소망했던 그가 저세상을 향해 번지점프를 한 이유가 궁금하다. 명복을 빈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