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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OB 판결'

Posted February. 23, 200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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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팬 중에는 골프 자체보다 내기를 더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술값으로 몇백만 원을 써도 아깝지 않지만 내기 골프에서 단돈 1만 원을 잃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 중에는 왕왕 정치인이나 공무원을 상대로 한 접대 골프에서 내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돈을 잃어주는 사례도 있다. 내기 골프로 사업체와 집, 심지어 아내를 빼앗긴 사례도 전설처럼 회자되곤 한다. 하지만 적당한 액수의 내기 골프가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키워준다는 옹호론도 있다.

한 판사가 화투나 카지노 등과 달리 골프는 승패의 전반적인 부분이 경기자의 기능과 기량에 의해 결정되는 운동경기라는 이유로 억대 내기 골프를 친 사람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고액 내기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겠지만 사회 통념에는 대치되는 판결이다. 판사는 더 나아가 내기 골프가 도박이라면 프로골프에서 매 홀 경기결과에 따라 상금이 결정되는 스킨스(Skins)게임도 도박에 해당한다는 논지를 편다.

하지만 골프는 예외성이 많은 운동이다. 홀인원 한 번 못해 본 프로골퍼가 있는가하면 처음 필드에 나간 아마추어 골퍼가 홀인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20년 가까이 골프를 친 LPGA 스타 박지은도 지난해 프로암대회에서 처음으로 홀인원을 기록했고, 박세리는 그나마 한 번도 없다. 내기 골프의 승패 또한 골퍼의 핸디캡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로(Low) 핸디 골퍼가 하이(High) 핸디 골퍼의 제물()이 되는 경우가 있고, 특정 상대만 만나면 영락없이 돈을 잃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골프용어에 OB(Out of Bounds)가 있다. 공이 필드 밖으로 나간 경우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은 OB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대법원이 거액의 내기 골프에 일관되게 도박죄를 인정해 왔기 때문이다. 검찰이 항소하겠다고 하니 상급심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골프에서는 OB가 나면 2벌타()를 먹는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