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6자회담 복귀 반대 북핑계 차단 의도

Posted February. 03, 2005 23:01,   

ENGLISH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5년 국정연설에서 북한 핵문제는 당분간 6자회담을 통한 협상을 지속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우선 연설문에서 쓴 북한을 설득한다(convince)는 표현은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북한을 향해 쏟아냈던 강경한 표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북한이 연설문의 내용을 핑계로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할 수 있는 요인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부시 정부는 북한에 대해 악의 축(axis of evil) 무법 정권(outlaw regime)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 왔다. 대화상대라기보다는 강경대응의 대상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날 국정연설을 들은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도 생각보다 자극적 표현이 안 나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6자회담 참가국인) 아시아의 정부들과 긴밀히 협력한다는 대목도 한국과 중국의 정책방향을 고려해 일방적인 강경책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선() 중동, 후() 북한 구상을 시사했다. 북한으로선 전략적 판단을 내릴 시간을 벌게 해 준 셈이다.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424줄 가운데 북한을 직접 언급한 대목은 단 1줄에 그쳤다.

반면 이라크 사후처리, 이란 핵의 불용,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정착 등 중동문제 해결에 외교정책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렇지만 북한에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고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미국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자유 확산과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일은 핵개발과 무관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북한 김정일 체제를 압박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자유의 확산을 거론하면서 강조한 미국식 체제를 강요하지 않겠다는 대목은 향후 미국이 북한 정권의 행동양식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농후한 표현이다.

한국 정부 일각에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박정희() 대통령이나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과 같은 (정치 민주화는 뒤졌지만 경제 건설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지도자로 거듭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북한은 이번 연설에 대한 반응을 즉각 내놓지 않았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으로선 6자회담에 무게를 둔 연설 내용에 반발할 이유는 없지만 환영을 표시할 수도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4차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북한으로선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핵 프로그램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김승련 srkim@donga.com